국민의 98%가 전자신분증을 가지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결혼, 이혼 신고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행정처리를 온라인 상에서 할 수 있는 '전자화'된 국가다. 일찌감치 전자정부를 구현해온 에스토니아 정부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현 시스템에 전면 적용하기보다는 이 기술이 가진 장점을 뽑아 적절히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비용 효율성은 낮지만 무결성 증명엔 유용 = 에스토니아 국민의 건강기록은 모두 온라인 상에 저장된다. 언제 어떤 의사를 만나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등이 기록되는 것이다. 개인들은 자신의 전자신분증을 통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주치의가 자신에게 어떤 처방전을 써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처방전을 약국이 열람하도록 허용해주면 약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환자의 처방전대로 약을 제조한다.

이러한 건강기록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와 맞닿아 있는 만큼 삭제가 어려운 블록체인에 저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로그인 정보와 메타 정보만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로그 파일을 저장하는 것은 이 데이터가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느 의사가 언제 내 건강데이터에 접근했는지, 데이터가 수정됐다면 언제 어떻게 수정됐는지는 블록체인에 저장해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에스토니아에서는 부동산 등기, 공공문서, 출판, 사업자 등록, 상속 등록, e헬스, 법정 문서, 감사 기록 등이 블록체인을 통해 제공된다.

이와 관련해 심 시쿠트 에스토니아 경제통신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블록체인 시스템은 정보의 무결성을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이는 당사자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기술을 선택하는 기준은 신뢰성과 비용 효율성"이라면서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관리하기엔 비싸지만 데이터 무결성 측면에서는 최상의 활용기술"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토큰 경제가 세상을 바꿀 것" = 에스토니아 정부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어다닐 수 있는 시민권을 뜻하는 'e-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한국에 있는 기업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할 수 있고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구상한 카스파르 코리우스 'e-레지던시' 매니징 디렉터는 "2014년부터 국경의 제약 없이 에스토니아 정부가 모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e-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면서 "현재 약 4만명의 전자 시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IT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 블록체인과 토큰 경제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토큰 경제와 관련해 그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발행하는 에스코인을 예로 들면서 "에스코인을 발행하면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고 더 이상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전자화폐를 통해서 정부에 납부할 수 있고 각 사람이 주식을 구입할 때도 에스코인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도구로서 중요한 것"이라며 "블록체인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만 큰 그림 없는 블록체인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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