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의혹’ 이재용 구속 갈림길

2020-06-05 12:23:32 게재

삼성물산 · 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정

이 부회장에 유리하게 조작 혐의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변호인단 “혐의 도저히 수긍 못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8일 법원의 영장심질심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왔고,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변호인단은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불공정하게 진행했으며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바의 분식회계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은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끌어올려 삼성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검찰의 자본시장법 위반혐의 적용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얻기 위해 시세조종(주가조작)과 부정거래를 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1로, 제일모직 1주를 삼성물산 약 3주로 바꾸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한주도 없었기 때문에 합병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검찰은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 삼성 미래전략실이 개입,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하락시키는 방식의 불공정거래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로부터 관련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관련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은 상장사 주식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등락시킨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당시 비상장사였던 제일모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검찰은 미래전략실이 합병을 앞두고 상장사인 삼성물산의 주가상승을 억제시킨 정황을 포착했다. 삼성물산이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와 같은 호재를 합병 뒤인 2015년 7월말 공개한 것도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기 위한 시세조종 행위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는 비상장사의 불공정거래까지 포괄하는 법규정이다. 비상장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자회사인 삼바의 분식회계가 이뤄지는 등 전체적인 부정거래행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에게 분식회계혐의를 적용한 것은 외부감사법에 업무집행지시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과 부정거래 행위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법정형이 최대 무기징역으로 규정돼 있을 정도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처벌이 무겁다. 그만큼 법원은 입증 요건을 엄격하고 까다롭게 판단하고 있어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삼성과 검찰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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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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