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무시’가 트럼프 끌어내렸다

2020-11-09 12:18:54 게재

바이든에 7500만표 몰린 배경 … “코로나로 트럼프 패배” 루비니 교수 예측 적중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을 기뻐하는 인도 외할아버지 마을 주민들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의 외할아버지가 살았던 인도 타밀나두주 툴라센드라푸람 인근의 파인가다누 마을 주민들이 8일(현지시간) 그의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툴라센드라푸람 AP=연합뉴스


미국 국민들이 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제46대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코로나19 확산 현상을 대놓고 부정하며 백인우월주의에 기댄 선거전략을 끌고간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은 4년 단임으로 멈췄다.

트럼프 대통령을 1900년 이후 재선에 실패한 여섯 번째 현직 대통령으로 내몬 것은 ‘팬데믹’으로 휘몰아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 실패가 무엇보다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6500만명 이상 우편투표로 몰리고, 총 1억5000만명 가까운 미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바이든 후보에게 선거 역사상 최대 규모인 전국 득표수 7520만 여표를 던진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기본 잣대가 코로나 감염병 대응 실패란 것이다.

비관적 경제전망으로 인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지난 3월 초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의 경제적 여파를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고 했던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미국의 코로나 확산 상황은 심각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8일 1000만명을 넘었고 일주일 평균 일일 확진자가 10만명으로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마스크 쓰기를 무시하며 재확산 대유행을 경고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각을 세웠고 결국 지난달 초 본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와 입원치료로 선거운동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는 이후 하루 3~5곳씩 전국 곳곳을 돌며 마스크 없이 몰려든 지지자들을 상대로 밀집 유세를 벌여 감염병 확산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전 막판에는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명 넘어설 정도로 확산세가 심했고, 주로 바이든 지지세가 강한 도시지역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NBC방송의 출구조사에서 유권 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슈는 경제가 1위, 인종불평등이 2위,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실패가 3위였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코로나의 위력이 상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평균 실업률은 4월 14% 까지 치솟다 선거국면인 10월엔 6.5%선으로 내려왔다. 지난 70년간 평균실업률 5.7%와 비교할 때 높은 수치는 아니다. 인종불평등과 백인우월주의, 반이민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역사상 최대인 7000만 표 득표에 힘을 실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코로나 대응 실패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초경합 대도시 지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다수 도시 거주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주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 현지에서 활동하는 이승우 변호사는 “백인우월주의나 민주당의 결집은 4년 전 대선에서도 있었던 현상”이라면서 “75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바이든에게 투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를 안긴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 코로나 대응 실패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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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