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어린이안전대상-대상(대통령상)│ 전라북도 완주군

"어린이가 행복해야 10만 군민이 행복하다"

2020-12-18 11:07:28 게재

민선 6·7기 이어온 아동친화 정책

어린이가 제안 '낮은 옷걸이' 눈길

어린이들이 어린이의회에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업에 대해 토론한다. 그리고 모아진 의견을 정리해 제안하면 이는 곧 군의 공식 사업이 된다. 이 사업에 군 예산이 투입되고 지체 없이 결과물이 나온다. 주민참여예산 중 2억원을 미리 어린이·청소년을 위해 별도로 마련해 뒀기 때문에 예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전북 완주군(군수 박성일·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 관련 정책의 전개 과정이다.

이렇게 해서 추진된 사업이 올해 완주군 내 모든 공공기관 화장실에 일제히 설치된 낮은 옷걸이다. 24개 기관 350개 화장실에 낮은 옷걸이가 설치됐다. 높이는 어린이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바닥에서 130㎝에 맞췄다. 이 아이디어는 완주군 어린이의회에서 제안·의결됐고, 이를 군이 수용했다.

용봉초등학교 등 3곳에 설치된 통학버스 승강장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완주군은 농촌지역이다 보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이나 학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교통사고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눈·비가 올 때나 춥고 더울 때도 불편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맞춤형 통학버스 승강장이다.

이 사업 역시 2017년 어린이·청소년의회에서 제안됐고, 군이 이를 수용해 추진했다. 사업 추진 과정도 남다르다. 우선 아이들의 의견과 디자인을 제안받기 위해 승강장을 설치할 대상 학교별로 디자인 워크숍을 열었다. 아이들과 직접 승강장을 디자인하거나 모형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물론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했다. 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와 대학생들이 설계 과정을 함께 했다.

 

전북 완주군이 전국 시·군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정받았다. 사진은 완주군 어린이·청소년 의원들이 어린이·청소년의회에 참석해 열띤 정책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완주군 제공


이 뿐만이 아니다. 비봉면에 설치된 '다함께 돌봄센터'도 통학버스 승강장과 비슷한 설계 과정을 거쳤다. 아이들이 방과후 시간을 보낼 놀이터와 돌봄센터 설계를 학생들 손으로 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은 다른 사업에 비해 많이 걸렸고, 비용도 늘었다. 하지만 완주군은 이 과정을 인내하며 기다렸다. 그 덕분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곳만의 돌봄센터와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올해는 이곳에 아이들 목소리를 담은 물놀이장도 추가로 만들었다.

이처럼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을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 완주군의 어린이 관련 정책이 돋보이는 이유다.

완주군의 아동친화 정책에는 박성일 군수의 행정철학이 담겨 있다. 박 군수는 2014년 민선 6기 취임 때 "아이들이 행복해야 10만 군민이 행복하다"는 기치를 내걸고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확대와 정책입안에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완주군은 전국 최초로 아동옴부즈퍼슨(아동권리 대변인) 사무소를 조성했다. 완주형 아동친화도시를 상징하는 사업이다. 앞서 2016~2019년 전국에서 두번째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고, 올해부터 2023년까지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상위단계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완주군엔 아동친화 관련 정책만 191개가 있다. 절반 가까이가 군 자체 사업이다. 특히 지난 9월에는 교육아동복지과에 아동안전과 권리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조직 '아동청소년친화팀'을 구축했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 이런 완주군에 사는 아이들은 행복할까?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통계가 있다. 호남통계청이 4~6학년 초등학생과 중·고생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말 발표한 '완주군 아동·청소년 사회환경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매우 만족한다'에 해당하는 8점 이상 비율이 59.6%로 나타났다. 완주군에 거주하는 아동과 청소년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만점인 10점을 준 아이들도 26.1%나 됐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한 아이의 행복은 단지 한 아이의 행복에서 끝나지 않고 가족과 친구, 이웃들과 연결된다"며 "완주군이 목표로 하는 아동친화도시는 아동친화적 가치를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한 단계 성숙한 민주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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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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