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장관회의 부처융합

"교육격차는 양극화 문제, 모든 부처 나서야"

2021-04-07 11:40:22 게재

사회부총리 제도, 권한은 없고 책임만 … "인력·예산부터 경제부처 수준으로"

사회부총리는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한다. 주로 교육문제를 비롯한 청소년 복지 등을 다룬다. 사회부총리를 교육부장관이 맡는 이유다.

교육 속에 아동학대 돌봄 학교밖청소년 취업 진로 인성 학교폭력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아 국가 주요 정책과 연계시킨다.

부총리는 국무총리가 위임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정무직이다. 헌법이 아닌 법률로 규정된 직책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폐지와 부활을 거듭했다. 통상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로 나눠 부른다.

문재인정부는 초대 사회부총리로 김상곤 교육부장관을 임명했다. 이어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사회부총리제도의 변천과 역할, 부처간 융합과 성공 사례, 남은 과제를 분석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수업, 융합수업, 치유프로그램, 공개수업 등 다양한 형식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중앙은 3월 29일 성남시중원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열린 제3차 포용국가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은혜 부총리가 치매예방 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교육부 제공


박근혜정부에서 부활한 사회부총리 제도. 하지만 정책수립과 실행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박근혜정부도 사회 주요 국정과제를 사회부총리에게 일임했다.

하지만 관련 부처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달랐다. 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 차관이나 실국장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른바 '영(令)'이 안서는 사회관계 장관회의다.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었다. 부처간 소통은 어려웠고 실행력은 떨어졌다. 사회부총리를 보좌하는 교육부는 발만 동동 굴렀다. 전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정책은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사회 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린다"고 말했다.

◆주요 교육정책 실행, 청와대 담 못 넘어 = "교육 문제가 교육부와 학교만의 노력으로 해결되나? 감염병, 미세먼지, 학생건강 문제, 학교 밖 청소년, 학생복지, 위기청소년 문제 등 산더미다. 교육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사회부총리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대통령 관심이 떨어지는 사안은 관련 부처나 실무회의도 잘 돌아가지 않는다. 사회부총리는 사회관계 장관회의 사회만 보다가 끝난다."

김상곤 전 부총리는 취임 초 '수능 절대평가 개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꺼냈고 자사고 특목고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17개 교육청 중 대전 대구 경북을 뺀 나머지 14개 시도교육감이 이른바 진보진영으로 분류돼 자사고 특목고 폐지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수능 개정안이나 자사고 특목고 폐지는 험난한 길을 걸었다. 사전 준비도 철저하지 못했다. 이후 김 부총리는 "자사고·외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중심 교육, 고교서열화 등 공교육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많다"며 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국가교육회의 몫으로 돌렸다.

◆"권한 없는 부총리, 동력 떨어져" = 일선교사들은 사회양극화가 학교로 유입돼 나타나는 각종 '학교부적응'에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유치원 어린이집 통합), 학교폭력 대응방안, 돌봄, 저출산, 고령화사회 문제까지 타 부처와 손잡고 추진하는 방안을 설계했다.

하지만 속도는 나지 않았다. 매번 청와대와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어려웠다. 사회부총리 제도에 대한 기대는 점점 떨어졌다. 부처 장차관에게 주문한 각종 정책이 실무선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흐지부지되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성과주의나 예산분배, 눈치보기 등 고질적인 부처 이기적 관행도 작동했다. 부총리가 강제 집행할 권한이 없는데 의지만으로 추진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목소리도 커졌다. 교육부 안팎에서 대통령의 관심과 역할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부총리 손에 공동예산, 공동정책, 인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부처간 융합·통합정책이 현장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교육계는 '교육희망사다리 복원'을 주문했다. 사회관계 장관회의는 구호도 만들었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가 됐다. 교육기회 평등과 공정성을 주제로 삼았다.

◆ 대통령 주재 사회전략회의 무산 = 사회관계 장관회의 성과가 부실하다는 판단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개선'을 강조하며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사회전략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키를 잡았고 관련 부처와 기관을 묶어내는 망을 구축했다.

교육 고용 복지 문화 등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틀을 짜고 토론과 정책협의를 이어갔다. 사회전략회의를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와 연계해 추진하기로 했다. 총 5차례에 걸쳐 관련 포럼까지 열었다. '당-정 정책토론회'에서는 '사람중심사회'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향까지 설정했다. 그러나 사회전략회의 정례화는 결국 무산됐다. 관계자들은 "당시 경제수석실에서 '사회전략회의'를 무력화시켰다"며 아쉬워했다.

◆차관보 신설 등 시스템 정비 = 2018년 10월 유은혜 부총리가 취임했다. 유 부총리는 사회통합과 사회혁신을 강조했다. 사회부총리 기능을 강조한 대목이다. 미래비전을 '혁신적 포용국가'로 삼고 사회부총리 시스템을 정비했다.

2019년 문재인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돌봄-배움-일-쉼-노후 등 국민 생애주기에 따라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구체적 로드맵이다. 교육계는 문 대통령의 '사람중심 사회정책'을 유 부총리와 교육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 부총리는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문을 두드렸고, 우선 차관보 신설을 끌어냈다. 관련 조직과 인원, 예산도 늘었다. 차관보 아래 사회정책협력관, 총괄담당관, 사회정책 조정팀장 조직을 갖췄다. 그러나 이는 경제부총리 관련 조직 6개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포용국가 사회정책 추진 로드맵 = 사회관계 장관회의는 포용국가 사회정책 추진 로드맵에 따라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공정사회 구현 △성범죄 근절 예방책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하고 관련 부처 정책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유 부총리는 "체계적인 원격수업 및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아직 갈길이 멀다"며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었지만, 사전준비 부족과 기존 수업방식 적용, 교원 간 디지털 역량 차이로 원활한 수업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인공지능 접목 등 미래교육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마쳐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 공정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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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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