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문화기술, 시공 넘나드는 체험

2021-04-29 11:37:56 게재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

"첨단 기술의 힘으로 판타지 영화 보듯 박물관 전시를 실감나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어요." 2020년 5월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약 20만명이 다녀간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

VR 기기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를 가상 체험하는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문화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실감콘텐츠는 박물관 내 4곳의 상설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실감 영상관 1관에서는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등을 소재로 금강산의 절경을 고스란히 담은 '금강산에 오르다', 의궤를 기초로 정조의 화성행차를 3D로 구현한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 등을 고화질 첨단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 스크린에 펼쳐지는 초대형 영상이 강력한 몰입감과 함께 마치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된 듯 환상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박물관의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는 실감 영상관 2관도 인기가 높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하듯 보존과학실의 유물을 수리하는 가상체험을 할 수 있다. 개미같이 작은 존재가 돼 감은사 사리구의 내부를 돌아다니거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청자 문양의 세계로 들어가는 환상적인 경험을 맛보게 한다.

실감 영상관 3관에서는 고구려 벽화무덤을 대표하는 안악 3호 무덤, 덕흥리 무덤, 강서대묘를 전면과 양측면 그리고 천장 등 4면에 투사된 프로젝터 영상으로 현장감 있게 재현해낸다. 고구려 벽화무덤은 주로 중국과 북한에 있고 현지에서도 보존 등의 문제로 일반인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실감 영상관의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영상을 통해서는 마치 무덤의 입구부터 내부까지 직접 걸어들어가는 것 같이 생생한 체험이 가능하다.

실감콘텐츠의 백미는 경천사십층석탑이다. 낮에는 증강현실(AR) 기술로 탑의 각 면에 새겨진 조각들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일몰 후에는 외벽영상(미디어 파사드) 기술로 구현한 '경천사탑 층마다 담긴 이야기'가 황홀한 장관을 연출한다.

장은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디지털 실감 영상관의 실감콘텐츠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VR, 프로젝션맵핑, 미디어 파사드 등의 기술을 활용해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관련기사]
[문화기술] "한국 콘텐츠 핵심 기반은 문화기술"
[문체부 문화기술 연구개발 강화돼야 하는 이유는] 국내 콘텐츠기업 대부분 소규모
[인터뷰│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디스트릭트, 지속가능한 실감콘텐츠 디자인이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