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술

문화기술 예산 확대·독립 연구기관 필요

2021-05-13 11:57:00 게재

문체부 CT R&D 예산, 국가 전체 R&D 예산의 0.4% … 연구 초기 단계부터 현장 참여해야

실감콘텐츠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CT) 연구개발(R&D) 예산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보다 효과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문화기술을 전담해 연구하는 독립 연구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감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제주 아르떼뮤지엄. 사진 디스트릭트 제공


◆6T 중 예산 가장 적다 = 문체부의 문화기술 R&D 예산은 국가 전체 R&D 예산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2021년 정부 R&D 예산은 27조4000억원이며 그 중 문체부 문화기술 R&D 예산은 1139억원으로 0.42%에 그쳤다. 2020년 정부 R&D 예산은 24조2000억원이며 그 중 문체부 문화기술 R&D 예산은 956억원으로 0.40%에 머물렀다.

문체부 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부처에서 수행하는 문화기술 R&D 예산을 다 합해 범부처 차원에서 보더라도 문화기술의 중요성에 비해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문화기술은 2001년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ST(우주항공기술) ET(환경기술)과 함께 미래유망 신기술 6T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해마다 6T 중 가장 적은 예산이 투입됐다.

2018년 기준 미래유망 신기술분야(6T)별 예산 집행 상황을 보면 문화기술은 2423억원으로 전체 미래유망 신기술분야 예산 18조4589억원의 1.3%에 그쳤다. 예산이 가장 많이 투자된 분야는 BT로 3조5495억원이 투자됐다. 단순 비교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BT에는 문화기술 예산의 14배 이상이 투자된 셈이다.

문체부 내 문화기술 R&D 전담인력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체부의 경우, 문화기술 R&D 관련 업무를 콘텐츠정책국 내 문화산업정책과 사무관 1명, 주무관 1명 등 2명이 수행하고 있다.

2005년 문체부 문화산업국 내 문화기술인력과에 7명의 인력이 있었으나 조직개편으로 인해 문화기술 전담 부서는 없어졌다. 이는 문체부 문화기술 R&D 예산이 2007년 139억원에서 2021년 1139억원으로 720% 증가한 점을 볼 때, 전담부서 설치 및 인력확대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영 디피랑. 사진 닷밀 제공

◆연구원 중심 연구 넘어서야 = 문화기술을 전담해 연구하는 독립 문화기술 연구기관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기술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창조 감성 상상 등 문화적 관점에 이공계 분야인 기술이 융합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문체부는 독립 문화기술 연구기관 설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2013년 광주과학기술원 내 있던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를 부설기관화해 한국문화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러나 직제 상 광주과학기술원 산하에 있는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문화기술 연구 주관기관으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위치다. 광주과학기술원 본부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다 보니 문화기술이 중점 분야가 아니어서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원 중 정규직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문화기술 연구 주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문화기술 연구인력 부족으로 2021년 문체부 문화기술 R&D 예산 1139억원 중 35억원에 해당하는 R&D 사업만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문화기술 R&D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등에서 산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독립 문화기술 연구기관이 있으면 정규직 연구인력과 문화예술인, 콘텐츠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화콘텐츠 분야에 특화한 전문인력이 문화기술 R&D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할 수 있다. 문화기술을 실제 활용하는 문화콘텐츠산업현장 중심의 연구가 가능해진다.

◆"한국문화기술연구원 추진" = 이에 문체부는 독립 문화기술 연구기관인 한국문화기술연구원(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콘텐츠산업 현장과 상시 교류하며 문화기술 R&D를 진행하겠다는 것. 한국문화기술연구원을 설립하면 과학기술인력 50%, 문화예술인력 30%, 문화예술·콘텐츠 등 산업 현장인력 및 외국연구인력 등 외부순환인력 20%로 인력을 구성해 콘텐츠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화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설명이다.

우운택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비대면 시대 덕분에 문화산업의 영역을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메타버스가 문화산업 전분야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며 새로운 문화산업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러한 새로운 문화산업에 날개를 다는 것이 문화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축적하고 산업현장으로 확산해 미래 문화산업을 선점할 정부출연연구원의 설립과 운영이 시급하다"면서 "문화로 혁신 성장을 가속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기반이 될 문화기술연구원 설립의 신속한 추진을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포스트 코로나시대 문화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온라인 문화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문화기술이 문화콘텐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문체부는 문화기술 연구개발 추진체계를 정립해 문화콘텐츠산업의 첨단화 및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문체부 내 문화기술 전담부서와 문화기술을 독자적으로 연구하는 한국문화기술연구원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문화기술 연구개발 세계 주요국 현황은] 사람을 위한 기술 Culture is Digital
통영 '디피랑' … 밤이 되면 환상적 빛의 공간으로 변신
눈·비 오는 날에도 체육 활동 즐겨요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