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돈이 되는 도시광산

"도시광산 자원 활용하는 추가 기술개발 시급"

2021-06-28 11:04:01 게재

쏟아져나올 전기차폐배터리 태양광폐패널 등 어떻게 … 중국 추격 거세, 국제시장서 우위 점해야

2050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자원순환경제 산업인 '도시광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세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가 기술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수경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5년 전만 해도 쫓아오지 못할 것 같더니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폐전지에서 코발트 등을 캐내는 기술력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강홍윤 인하대 글로벌산업·환경융합전공 교수는 "때론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연구실 기반의 기술이 아니라 실제 사업하는 이들이 현장에 적용했을 때 시장성이나 경제성이 있도록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김아영 기자


도시광산은 자원 확보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산업이다. 폐가전 폐자동차 등에 들어있는 금속자원을 추출해 산업 원재료로 재공급한다.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지에서는 활성화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도시광산에 대한 투자를 10여년 전부터 해왔다.

◆"자원 공급원으로서 산업적 파급효과 부족" =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광물자원 해외 의존도가 높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광산물 수급실적'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금속광물자급률은 약 0.7%에 불과하다. 해외 의존도가 99.3%나 되며 해외자원개발에 의한 공급 비중도 매우 낮다.

게다가 희토류 응용분야 중 하나로 전기차 생산 등에 사용되는 네오디윰 영구자석(NdFeB)의 경우 중국산 의존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릴 정도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반도체용 연마제, 석유화학 촉매, 레이저, 전투기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전기차 풍력발전 등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로 쓰여 수요가 더욱 늘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역내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패권주의나 자원민족주의가 심화할수록 도시광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폐가전 등에서 구하기 힘든 희소금속을 다시 캐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부처다. 환경부는 도시광산산업의 원료가 되는 폐전자제품 등의 안정적인 수급을 주로 담당한다.

하지만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도시광산 산업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도시광산 산업은 지속적인 양적 성장 추세를 이어왔지만 소규모 영세업체 중심의 구조로 경쟁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도시광산 업체수는 2008년 363개에서 2016년 1026개로 증가했다. 회수가능 금속종류도 2009년 14개에서 2016년 28개로 늘어나는 등 재자원화 기술발전도 일정 부분 이뤄지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폐금속 자원들이 단순히 폐기물로 분류돼 재활용되지 못하는 등 자원 공급원으로서의 산업적 파급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속광산 A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도시광산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를 하지만 실제 현장의 체감도는 다르다"며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업체 관계자는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제일 중요하다"며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빼앗기는 물량이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장 돈 되는 기술에만 투자하면 미래 없어" = 앞으로 쏟아져나올 '미래 도시광산 자원(전기차폐배터리 태양광폐패널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강홍윤 교수는 "도시광산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 개발은 일정 부분 이미 많이 이뤄졌다"며 "향후 쏟아져나올 전기차폐배터리나 태양광폐패널 관련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도시광산산업의 현황 및 정책 동향'에 따르면 국가별 유용 폐자원 재활용 기술 순위는 '일본-EU-미국-한국-중국' 등의 순이다. 세계 최고기술국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85.3%로 약 3.1년 정도 격차가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급성장세를 보면 우리나라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수경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라도 휴대전화와 전기차는 분명 다른 기술이 필요한데 똑같은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며 "단편적인 기술에 그치지 말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복합적이고 시스템화된 기술 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돈이 되는 부분만 기술개발을 하면 미래가 없다"며 "경제성에만 무게중심을 두지 말고 환경성도 함께 고려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폐2차전지에는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등 다양한 금속이 들어있다. 하지만 이들 금속에 대한 처우는 다르다. 돈이 되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과 관련한 재활용 기술은 발달했지만 흑연처럼 희귀하지 않고 경제성이 없는 금속은 그냥 버려지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흑연의 경우 태울 수도 없고 딱히 처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쌓아두거나 땅에 묻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계속 방치하면 미래 환경에 부담이 될 게 분명하다. 이러한 부분을 막기 위해서라도 환경성을 고려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3~4년 이후 전기차폐배터리 태양광폐패널 등의 발생이 급증할 수 있다"며 "이러한 미래 폐자원의 경우 민간의 재활용 기술 난립과 기준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선제적 역할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미래폐자원거점수거센터를 본격 운영해 수거 및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재활용 과정에서 친환경성에 초점을 둔 신규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광산은? = 1980년대 일본의 도호쿠대 선광제련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진에 의해 '금속 재활용'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됐다.

폐기물 등에서 금속 등을 회수 및 추출해 재사용한다. 사용하고 난 부품 등을 분해·재조립해 신제품 수준으로 만든 뒤 다시 판매하는 재제조산업과는 다르다.

도시광산 자원으로부터 금속을 재자원화해 조달할 경우 천연자원(금속 지하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석에너지도 덜 쓸 수 있다. 철 스크랩(고철)은 철광석 대비 1/3, 구리 스크랩은 구리광석 대비 1/7, 알루미늄 스크랩은 원광석 제련 대비 1/20의 에너지만 사용한다.

도시광산자원 대상 금속은 △철과 4대 범용비철(동 알루미늄 아연 납) △금 백금 은 등 귀금속 △인듐 갈륨 탄탈 니오븀 등 희유금속(희소금속) 등이다.

국내 전체 금속자원 수요에 대한 공급 금액(약 80조원)의 약 22%(17조7000억원)를 도시광산 산업을 통해 회수(2016년 기준)하고 있다.

금속별 도시광산 자원 생산 비율은 철 35%(6조2000억원), 범용비철 27%(4조7000억원), 귀금속 19%(3조4000억원), 희소금속 19%(3조4000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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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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