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녹여서 자동차 만들기'

2021-06-28 11:04:02 게재

'자동차 분해라인' 만들자

제철소에서 나온 가장 좋은 철강은 얇은 철판으로 가공하는 압연 공정으로 간다.

철(Fe)의 순도가 높을수록 찢어지지 않고 넓게 잘 펴진다. 특히 자동차 외부를 구성하는 보닛 등은 넓고 얇게 펴진 철판이 필요하다. 이런 철판은 순수한 철이 아니면 만들기가 어렵다.

철(鐵 Iron 쇠)은 화학원소 기호 Fe, 원자번호 26이다. 철은 핵융합으로 생성되는 최종 원소로, 우주에서 가장 무겁다. 철은 지구에서 알루미늄 다음으로 흔한 금속이며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 중 가장 비중이 높다. 지구 중량의 32.07%를 차지한다.

지구에서 철광석은 사실상 무궁무진한 소재다. 문제는 자연 상태의 철광석이 산소와 결합해 녹이 슨 산화철(FeO)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산화철에서 순수한 철(Fe)을 뽑아내려면 산소(O)를 떼어내야 한다. 산소와 탄소를 결합시켜 이산화탄소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용광로는 코크스(석탄)와 산화철, 석회석을 넣고 태우는 장치다. 용광로 온도를 섭씨 1500도까지 높이면 산화철(FeO)에 붙은 산소(O)가 석탄에 있는 탄소(C)와 결합해 이산화탄소(CO 2)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고 순수한 철(Fe)만 남는다.

이런 제철의 원리는 참숯을 이용해 최초로 철기를 만들었던 고대 힛타이트문명 이후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고로 방식이 아니라 이미 생산된 철을 전기 아크용접으로 녹여서 철강을 만드는 방식도 있다. '전기로' 방식이다.

전기로는 이미 사용한 고철을 전기로 녹이기 때문에 쇠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다.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온도조절이 쉽고 열효율도 우수하다. 그러나 전력소모량이 많고 철광석에 비해 비싼 고철을 원료로 쓰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높다.

품질의 한계도 있다. 고철을 원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고로에 비해 순수한 철을 얻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주로 빌딩건축용 에이치빔 등 범용재 위주로 생산한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중국산 저가제품이 많이 들어와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전기로 제강은 저탄소 자원순환 경제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고철은 전기로에서 90% 이상 철로 다시 태어난다. 한번 생산된 철은 생산-소비-회수-재생산을 통해 40차례 이상 재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를 녹여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분해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 조립라인을 거꾸로 돌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철과 특수강, 구리(CU) 등이 분리되고, 전기로에서도 고품질 철강 생산을 기대할 수 있다.

구리는 녹였을 때 철과 분리하기가 어렵고 압연 공정에서 철판이 찢어지게 만드는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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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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