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빈살만 정상회담 … 공식오찬에 기업인들 동석

2023-10-23 10:57:21 게재

대통령실 "사우디와 대규모 방산협력 논의 막바지 단계"

"지난해 290억불 중 60% 이상 구체적 사업으로 가시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 궁전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양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왕세자의 방한 후 약 11개월 만이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장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함께 걷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윤 "포스트 오일시대 최적의 파트너" =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리야드 야마마 궁 정원에서 공식환영식 후 왕세자의 안내를 받아 회담에 들어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에너지, 건설 인프라, 중소기업·벤처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실질적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포스트 오일' 시대에 사우디의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우리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네옴(홍해인근 미래형 주거특구), 키디야(엔터테인먼트 도시), 홍해(휴양 레저 개발) 프로젝트 등 모하메드 왕세자가 추진 중인 메가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회담 후 이어진 공식 오찬에는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동석, 투자 협력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 회담에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배석하지 않았지만, 오찬에는 3명 정도가 배석했다"며 "관례상 이런 경우도 좀처럼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우디 측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의 총수가 참석해서 해당 장관들, 그리고 사우디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책임자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그래서 서로 옆자리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실질적 대화를 진행하는 것을 제가 봤다.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찬에 참석한 기업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이다.

이들은 '네옴시티'를 포함한 중동 인프라 건설 사업과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순방의 경제 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했다.

김 차장은 브리핑에서 "오찬 동안 수행하는 참석자들은 각기 담당 전문 분야별로 함께 모여 앉아 업무 협력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오찬 후 양국은 정상 임석 하에 △양국 특별·관용 여권 소지자에 대한 단기체류 사증 요건 면제에 관한 협정을 비롯해 △전략파트너십 위원회 설립 △수소 오아시스 이니셔티브 △통계분야 협력이행 프로그램 △식품 및 의료제품 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 등 총 5가지 문건에 서명했다.

◆"방산협력 규모·액수 상당히 커" = 이날 대통령실은 빈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체결된 290억달러 규모의 계약·양해각서 내용을 비롯해 및 양국의 방산협력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태효 차장은 이날 오후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방위 산업은 사우디와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사우디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지난해 우리 방산 수출이 사상 최대규모인 173억 달러에 달했다면서 "유럽·중동·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방산 수출시장 외연을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수출을 추진하는 무기 체계와 예상되는 계약 규모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우디가 상정한 위협 대상이 있다"며 구체적 무기 체계와 수량을 거론하면 주변 국가가 이를 추정할 수 있어 사우디 측이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사 단계에 와있고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 이렇게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재차 덧붙였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앞서 이날 오전 현지 브리핑에서 지난해 11월 빈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체결된 290억달러 규모의 계약·MOU를 언급하며 "주요 사업의 후속조치가 있었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에서도 추가적인 후속조치들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기업들의 사업 진행상황들을 밝히며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90억불 중 약 60%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23일 우리 건설 기업의 현지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 현지 왕립대학교인 킹 사우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한다.

또 왕립과학기술원에서 열리는 한-사우디 미래기술파트너십 포럼에 양국 과학자들과 함께 참석, 미래 지향적 기술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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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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