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 SNS에 함부로 올리지 마세요"

2023-12-22 11:04:01 게재

'저작자 명예훼손죄' 해당

대법, 벌금 1000만원 확정

남의 글을 함부로 자신의 글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저작자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대법원이 저작인격권 침해죄를 인정한 첫 판단을 내놓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3월~2018년 10월까지 47회에 걸쳐 B씨의 어문저작물인 페이스북 게시글과 기계 관련 저널 연재글을 허락 없이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페이스북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무단 도용 과정에서 연재글에 원작자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게시하고 일부 내용은 임의로 내용을 덧붙이거나 구성을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초 A씨에 저작재산권 침해·저작자 허위표시 공표·저작인격권 침해 등 3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쟁점은 저작인격권 침해 인정 여부였다. 저작권법 136조 2항 1호에 따르면 저작인격권 침해죄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원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인정된다.

1심은 재산권 침해와 허위표시 혐의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게시글 무단 도용으로 저작자 명예가 훼손됐다고 볼 여지는 없다며 저작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모든 혐의를 인정해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A씨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게시한 저작물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마치 피고인의 저작물처럼 인식될 수 있어, 피해자로서는 진정한 저작자가 맞는지, 기존에 저작물을 통해 얻은 사회적 평판이 과연 정당하게 형성된 것인지 의심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저작자인 피해자의 전문성이나 식견 등에 대한 신망이 저하될 위험도 없지 않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함으로써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의 판단 기준으로 '해당 행위로 저작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침해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침해행위의 내용과 방식, 침해의 정도, 저작자의 저작물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저작자의 사회적 명예를 침해할만한 행위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가 저작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고, 이를 객관적인 사정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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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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