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범죄 솜방망이 처벌 사라진다

2024-01-19 11:11:05 게재

양형위, 기술유출범죄 별도 양형기준 마련

2월 공청회 거쳐 3월 말 최종 의결 예정

반도체·2차 전지 등 국가 기술 패권의 주요 첨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가운데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강화돼 '솜방망이' 처벌이 사라질 전망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고 국외로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릴 경우 최대 징역 18년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양형기준안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양형위는 기술유출 범죄를 기존 '영업비밀 침해행위' 유형에서 분리해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유형에 포함시키는 양형기준을 별도로 마련했다.

기존 영업비밀 침해행위도 국내침해(가중 4년→5년)와 국외침해(6년→8년)로 구분해 양형기준을 상향했다.

영업비밀 침해행위에서 분리한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유형에는 누설·도용시 기본 6월-1년 6월, 가중처벌시 1년-3년 6월로 양형기준을 정했다. 국내침해의 경우 기본 1년-4년, 가중처벌시 2년 6월-6년, 산업기술 등 국외침해는 기본 2년-6년, 가중처벌시 4년-10년의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침해의 경우 기본 3~7년이며, 가중처벌시 5~12년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이는 동종 누범이거나 계획적·조직적 범행일 경우 최대 50%를 특별양형인자로 반영하도록 해 국가핵심기술의 국외침해일 경우 최고 18년형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이런 양형기준은 기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정부 관계 부처와 수사기관들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정부 부처와 수사기관은 산업스파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고 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기업 예상 매출액, 연구개발비 등을 기초로 추산된 피해 규모는 약 26조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기술 유출 범죄가 기업 생존과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지만, 어렵게 기술유출 범죄를 잡더라도 대부분 초범이거나 피해 정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유출 범죄를 적발하더라도 초범이거나 피해 정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집행유예나 무죄가 선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2022년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법원 선고 445건 중 실형은 47건(10.6%)에 불과했다.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법정형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실제 법원의 기본 양형 기준은 '1년∼3년 6월'에 그치고 있다. 2022년에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 수준이었다.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5년임을 고려하면, 실제 처벌 수위는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서 대검찰청·경찰청·특허청·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기관은 양형위에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수정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양형위에 전달했다.

양형위는 "부정경쟁방지법 법정형 개정, 영업비밀 보호 강화 요청 등을 반영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형량범위를 상향했다"며 "특히 기술침해범죄의 권고 형량범위는 기술침해범죄에 대한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기존 양형사례나 법정형이 동일한 유사 범죄군의 양형기준보다 규범적으로 상향된 형량범위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양형위는 이날 마련한 양형기준안에 대해 오는 2월 16일 공청회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3월 25일 제130차 양형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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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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