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업 대출부실 2년간 3배 증가 … 2금융권 중심 악화

2024-01-29 11:11:20 게재

비수도권 주택거래 얼어붙고 미분양 속출

58만개 법인 부동산업 연체액 2.2조 → 7조

'비은행 연체' 건설업 5.51%, 부동산업 3.99%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최근 2년간 건설·부동산업 법인들의 대출 부실이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얼어붙고 미분양이 늘면서 지방 소재 건설·부동산업 법인들의 부실 속도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비해 더 빨라지고 있다. 은행권에 비해 연체율이 높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권 금융회사들의 연체율 상승도 지방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빚 못갚아 경매 넘어간 부동산 61% 급증 | 28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경매전문 문구가 표시돼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 건물, 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만5614건으로 지난 2022년에 비해 6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10만건을 넘어선 것은 2014년(12만4253건) 이후 9년 만이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이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부동산·건설업 대출 현황'에 따르면 약 58만개 법인 대출 가운데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385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말(302조7300억원)에 비해 대출잔액이 27.3%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7925가구로 이 중 수도권이 6998가구, 비수도권이 5만927가구로 나타났다. 특히 악성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1만46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 증가했다. 비수도권의 악성미분양은 8375가구로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80%에 달한다.

◆58만개 법인대출 분석 = 대출잔액 증가 보다는 연체율 증가가 더 가팔랐다. 연체액(30일 이상 연체된 금액)은 7조원으로 2021년말(2조2700억원) 대비 3배를 넘어섰다. 그 결과 전국 부동산업 연체율은 지난해말 1.82%로 2021년 0.75% 보다 2.43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건설업 대출도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건설업 대출 잔액은 118조3600억원으로 2021년말(88조5000억원)과 비교해 34% 증가했다. 연체액은 76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2.5배 증가했고, 연체율은 0.86%에서 1.60%로 1.9배 늘었다.

대다수 금융기관들은 대출자의 동의를 받고 나이스평가정보에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또 기업·개인의 대출·연체 이력 등을 받아 신용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비수도권의 부동산업 연체율은 2.17%로 수도권(1.56%) 보다 높았다. 비수도권에서는 세종지역 연체율이 12.66%로 가장 높고 울산(6.49%), 강원(5.38%), 대구(4.35%), 전북(4.3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남(0.64%), 대전(0.66%), 서울(0.94%) 등은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건설업 연체율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비수도권에서 건설업 연체율은 1.99%로 수도권(1.27%)보다 높았다. 제주지역이 3.70%로 가장 높고 대구(3.55%), 울산(3.35%), 경남(3.15%) 등은 3%를 넘어섰다.

◆금융권 전체 건설·부동산 대출 608조 = 양 의원이 지난 15일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금융권 전체 건설·부동산업 대출잔액은 60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대출잔액은 115조7000억원, 부동산업은 492조8000억원이다. 건설·부동산업 대출은 전년 동기(580조8000억원) 대비 4.8%, 2021년 3분기(497조6000억원) 대비 22.3% 늘었다.

특히 비은행권(새마을금고 제외)의 부동산업 대출잔액은 193조6000억원으로 2021년 155조원에서 24.9% 급증했다.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에 달했다. 전년 동기대비(1.77%·1.55%)와 비교하면 각각 3.1배, 2.6배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건설업이 7.34%, 부동산업이 5.97%로 집계됐으며 전년 동기(2.20%, 2.52%) 대비 각각 3.3배, 2.4배 증가했다.

은행권의 연체율은 건설업 0.58%, 부동산업 0.15%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건설업은 2022년 2분기 0.23%로 바닥을 찍은 이후 2배 이상 상승했고, 부동산업도 2022년 2분기 0.08%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양 의원은 "향후 부동산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이상 연체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우려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급등하고 있는 제2금융권의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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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지역 부동산업 연체율 12.66%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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