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압박에 의대 교수 ‘집단 행동’ 현실화

2024-03-12 13:00:07 게재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총회 ‘사직 결의’ … ‘빅5’ 병원 속속 비대위 구성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되면서 의대 교수들이 본격적인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다. 정부가 행정처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어 서울대와 울산대 등에서 시작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결의가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해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서 87% “적극적 행동 필요” = 비대위는 이날 서울대 연건캠퍼스,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총회를 연 뒤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사직서 제출은 개별적인 것”이라면서도 “(참석 교수) 전원이 사직서 제출에 합의해 줬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서울의대 소속 교수 1475명 중 430명이 참석했으며 3곳 병원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의료진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긴급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신청과 전공의 사직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이번주 곳곳서 긴급 총회 = 서울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 가능성을 밝히면서 이미 일부 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시작된 교수 사직서 제출이 집단행동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빅5’ 중 4곳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들이 만났다.

방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는 구체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의결한 것은 아니다”면서 “향후 행동을 같이 연대한다는 것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오후 6시 온라인 회의를 열어 현 사태에 대해 논의한다.

연세의대 교수평의회는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비대위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현실화했을 때의 집단행동 여부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공의들과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불이익과 처벌로만 일관한다면 교수들도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속히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환자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강압이나 협박을 중단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협의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제자인 전공의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현실화되면 교수들 집단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며 “제자가 없는데 교수들이 그 자리를 지킬 명분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국교수협의회도 재소집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어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한다. 전의교협은 앞서 지난 9일 비공개 총회를 열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전의교협은 12일 ‘제5차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와 학생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 사태를 야기한 정부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교수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이달 안에 의대생 휴학 사태를 해결해야만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수업 거부에 들어간 의대는 10곳이며, 나머지 30곳은 학생들의 동맹휴학 등으로 인해 아예 개강을 늦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문제는 정부가 동의할 수 없는 주제를 던져 놓고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닫아 놓고 의사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수 의사들은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제자들 신상에 문제가 발생하면 분위기는 바뀔 것”이라며 “정부는 이제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반발 = 의대 교수들의 반발은 온라인 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소속과 실명을 밝히고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전자 설문 방식으로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시국선언을 게시한 사이트 운영진에 따르면 6000여명이 서명했다.

한편 12일 전공의와 의대 학생, 수험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앞서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같은 취지의 소송을 낸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도 의대 증원과 관련한 헌법 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또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지상파 방송3사(KBS, SBS, MBC)에서 생중계 공개토론에 나서 달라고도 촉구했다.

장세풍 오승완 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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