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쟁점 급부상한 ‘추경·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2024-04-23 13:00:02 게재

정부 선별복지 기조와 ‘엇박자’ … “적자국채 발행, 재정건전성·물가 부담”

야당은 총선 압승 업고 ‘공식 요청’ … “민생회복·내수활성화에 실질 도움”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이 경제정책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은 13조원 규모의 재정 마련을 위한 추경을 정부·여당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정책당국은 추경 편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해진 국회 상황을 고려해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수 있어,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WB)에서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 정책기조와 달라 = 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야당의 추경편성 요청은 윤석열정부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부터 ‘선별적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런 만큼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현금지원금 방식의 복지정책에 부정적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미국 워싱턴 D.C.에서 여러 차례 한국 기자단에 ‘약자 지원이 먼저’라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성장률 전망 등을 봤을 때 지금은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타깃(목표) 계층을 향해서 지원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기재부 관게자는 “추가적인 국채 발행으로 유동성이 늘고 소비 수요를 자극하면 결국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형편도 여유가 없다. 올해도 세수부족이 예고된 만큼 추경 편성을 위해선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추경요건 부합여부도 논란 =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극복 등을 위해 2020년 4차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씩 추경을 편성했다. 국가채무가 지난해 112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도 잦은 추경 편성과 무관치 않다는 게 현 정부 시각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법에 명시된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법 89조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 발생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발생·증가 등 3가지 경우를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정해놓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추경의 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경기침체가 올 경우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것보단 조금 더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중심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생도 돕고 내수도 진작” =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은 ‘경제 위기’를 이유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25만원 현금지원’ 등을 추진하기 위한 최소 14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촉구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살리라는 게 이번 4월 총선의 민심”이라며 “민생회복 긴급조치를 즉각 실행하고 추경 편성에 함께 지혜를 모으고 협력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이 이 회의에서 민생 회복 긴급 조처에 필요하다며 언급한 예산 규모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주는 민생회복지원금 13조원 등 약 15조원이다.

이밖에도 △저금리 대환대출 예산 증액 5000억원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금 증액 4000억원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 비용 3000억원 △서민금융진흥원 햇살론 출연금 증액 900억원 등도 언급했다.

다만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전 국민이 아니라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안 등, 추경의 구체적인 규모는 정부·여당과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수와 민간이 위축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당과 기재부는 반대하고 있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간 영수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추경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에서 방향이 잡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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