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웃으며 삽시다 │② 여가활동

TV시청 벗어나 '직접 즐기는 문화' 필요

2017-04-05 10:13:03 게재

노인 대상 여가정책 '시작 단계' … '고령세대 여가기회확대' 사업 2017년 문체부 예산의 1.8%

우리나라는 8년 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25년이면 사회 구성원의 20%가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 오래 사는 것만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노인들과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위해서도 노인들의 '건강한 삶'과 이를 넘어서는 '문화가 있는 삶'이 필요한 것. 내일신문은 '100세 시대, 웃으며 삽시다' 기획을 통해 노인건강·여가문화정책의 현주소를 짚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정년퇴직을 한지 한참 지난 60대 A씨. 그러나 A씨는 이렇다 할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동이 없다.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동창을 만나는 등의 활동을 하지만 그것만으로 일과를 보내기엔 부족하다. A씨는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60~70대 이상 노인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집중해야 할 일은 이제 없지만 아직 건강한 노인들. 그렇다고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다.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맞이한 2017년, 노인들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연령 높을수록 참여 낮아 =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여가참여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제3차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2016~2020)(기본계획)에 따르면 1년 동안 TV시청, 여행, 운동 등을 제외한 여가문화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는 노인은 27.0%에 불과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참여율은 점차 낮아져 65~74세는 28.4%, 75~84세는 26.3%, 85세 이상은 17.2%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들의 문화생활은 영화 감상, 독서를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기본계획의 2014년 60세 이상 노인의 문화누리카드 이용 영역에 따르면 영화와 도서는 각각 35.8%, 34.6%인데 비해 다른 항목의 비중은 큰 차이로 적게 나타나고 있다. 문화일반 14.7%, 여행사 3.5%, 철도 2.5%, 항공/여객 등 2.4%의 순이다.

전시·음악·공연 감상은 물론, 여행을 가거나 직접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주체적으로 문화 활동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생애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문화예술을 교육받았던 노인들이 2016년 5월 22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된 '청춘제'에 참석해 연극을 공연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정부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본계획에서 "적극적이고 사회참여적인 노인여가를 위해 노인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여가문화 콘텐츠 개발 필요"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집행은 이와 같은 인식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고령세대 여가 확대에 1000억 = 기본계획에 따라 각 정부 부처도 노인들의 여가문화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투입 등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본계획에 따른 2017년 시행계획(시행계획)에서 '고령세대의 여가기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고령세대의 여가기회 확대에 2017년에 1069억7800만원의 예산을 투입, △문화누리카드 지원사업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전생애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867억7900만원에 비해 예산은 23.3% 늘어난 상태다. 해당 사업들은 '고령층 맞춤형 문화프로그램을 발굴·운영하고 노인복지관 예술강사 지원 및 문화누리카드 지원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고령자의 문화예술향유 기회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해당 사업 중에는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닌 경우도 있다. 예컨대 문화누리카드 지원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카드를 발급받아 문화·여행·스포츠관람에 활용하는 것으로 1인당 6만원씩 지원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노인들이 이 카드를 이용, 문화생활을 즐기는 형식이다.

문화누리카드 지원사업은 대표적인 문화복지 사업으로 2017년 기준 992억2600만원이 투입된다. 이 중 2016년 12월 28일 기준 60대 이상 노인 대상 문화누리카드는 41만5277매 발급됐으며 이는 전체 발급매수 중 28.6%에 달한다. 2016년 비중을 적용했을 때 대략 2017년 기준 283억2800여만원이 노인을 위해 활용되는 셈이다.

시행계획에 포함된 전생애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노인과 직장인 대상 프로그램이다. 노인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노인복지관에 연극 무용 음악 미술 사진 등 5개 분야 예술강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문화예술 수요를 충족하고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프로그램 개수는 2017년 360개, 예산은 35억4300만원이며 이 중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수는 320개, 예산은 28억2300만원이다.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은 지역 문화시설·단체에서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2016년의 경우 전국 268개 문화시설·단체를 활용, 391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해당 프로그램의 2017년 예산은 42억900만원으로 2016년 46억7700만원에 비해 줄었다.

"우선순위 밀려" = 시행계획의 '고령세대 여가 기회 확대' 사업들은 문체부가 전담해 이끌어나가는 영역이다. 그러나 문체부 2017년 전체 예산 5조6971억원에 비교해 볼 때 위 3개 사업의 예산 1069억7800만원은 1.8%에 불과하다.

특히 노인 대부분이 다양한 여가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문화복지 정책이 미미하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누리카드 지원사업의 경우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정책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여가정책연구실 실장은 "문체부는 2015년도 이후 고령화 정책에 관심을 갖고 관련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책이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나 여가에 대해서는 소외계층이 따로 없으며 경제적 소외와 달리 돈이 있다고 누리는 것도 아니다"면서 "'문화 소외계층'에 대해 조금은 다르게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이 정부 들어 기본계획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는 각 사업의 예산을 확대하고 사업별 보완점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또 다른 관계자는 "문화누리카드 사업의 경우 지원금 상향조정, 가맹점 지속 발굴 등을 진행 중"이라면서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의 경우 수혜 범위를 늘리고 다양한 장르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기획돼야 하며 예산 확대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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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김규철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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