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웃으며 삽시다│⑥ 여가문화 확산 방향 - 인터뷰 | 최병일씨

"독서·강연·여행 … 앞으로 10년은 더 활동할 수 있습니다"

2017-04-19 12:03:37 게재

가족들과 온라인으로 독서토론하고 하루 15km씩 걷기 운동 … "돈 많지 않아도 은퇴 이후 행복할 수 있어"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읽으셨는데 어떠셨나요? 별점은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시청 앞 숭례문학당 사무실에서 최병일(64)씨는 독서토론입문과정 리더로 소설 '자기 앞의 생'에 대한 토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갔다. 최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등 함께 얘기할 만한 논제들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산에는 오늘도 다녀오셨나요?"라고 물으며 참가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시작했다.

7년차 독서토론 리더로서 진행을 하는 최씨는 자신감이 있었고 밝은 표정이었다. 그런 그가 IMF 이후 40대 중반에 조기퇴직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이날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퇴직 이후 책을 만나 독서를 하면서 '은퇴자의 공부법' '아빠, 행복해?'의 저자로, 강사로 '인생 2막'을 활짝 연 현재와 그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들려줬다.

요즘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이곳에서 독서토론입문과정의 진행을 몇년째 맡아 진행하고 있고 모 대학에서 '독서토론' '생각과 표현' '낭독의 기쁨' 등 3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숭례문학당에서 의뢰가 와서 시작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과목이 늘었다.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강연을 하는 것도 활동 중 하나다. 탕정면 온샘도서관에서 8회 강연을 3회까지 진행했고 평택 안중도서관에서 3년째 자서전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능률교육, 라이나생명의 전성기재단 등에서도 독서토론 진행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고 거의 매일 일정이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자유롭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숭례문학당 사무실에서 독서토론입문과정이 열렸다. 최병일씨(가장 왼쪽)는 독서토론입문과정 리더로 토론을 이끌었다. 사진 이의종


직장인으로 퇴직을 했는데 어떻게 책을 내고 강연을 하게 됐나.

직장에 다닐 때에도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퇴직을 하고 여가 시간이 생기자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꿈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에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라는 글쓰기 강좌를 찾아 듣게 됐다.

그러다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하는 숭례문학당을 추천받았고 이곳에서 다양한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하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책을 많이 읽고 모임에 참여하면서 모임 리더로 활동하게 됐고 공저까지 하게 됐다. 여가 시간에 독서를 하면서 퇴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동에 눈을 뜬 셈이다. 요즘에도 1달에 10여권의 책을 읽는다. 직장에서 근무하던 당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 강연자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활동이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생 후반기에 독서는 어떤 의미인가.

직장에 다니면서도 책을 읽었지만 자기개발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본격적으로 독서토론에 참여하면서 역사 문학 철학책들을 읽고 공부하게 됐다. 문학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간접경험을 통해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데 유연성이 생겼다. 역사를 공부하면서는 역사 속에 숨겨진 지혜들을 많이 알게 됐다.

지금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 숭례문학당에서 서평쓰기 과정 수업을 듣고 논어 한국철학사 셰익스피어를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독서가 삶에도 영향을 줬을 텐데.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다. 아이들을 대할 때도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이런 마음이 있다. 그러니 아이들, 특히 며느리 사위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독서토론을 하면서 SNS를 이용해 온라인토론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온라인토론이 너무 좋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같이 해요'라고 해서 중국 북경에 거주하는 아들 부부, 국내에 살고 있는 큰딸 부부, 작은딸과 책을 읽고 온라인토론을 한다. 1달에 1권씩 10권을 토론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의 상처를 얘기하면 서로 '미안하다'고 하면서 화해의 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 단절되기 쉬운데,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극복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오프라인에서도 모임을 갖자고 해서 5월에는 펜션을 예약해 독서토론 영화토론 요리경연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100일 함께 걷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각자 걷고 얼마나 걸었는지 SNS에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200일 걷기를 이미 마쳤고 300일 걷기에도 도전을 했다. 규칙은 매일 5km 이상 걷는 것인데, 나는 매일 10km 이상 걷고 있다.

노년기에 즐겁게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럿이 함께 소설 '남한산성'을 읽고 실제로 남한산성에 갔는데 감회가 남달랐다. 의미 없는 여행이 아니라 체험을 하며 대화를 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은퇴를 하고 나면 10억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은퇴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등 사회가 전반적으로 너무 물질적인 것만 강조한다. 그런데 사실은 돈이 많지 않더라도 은퇴 이후 성숙한 방향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국가가 개인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노년기 여가생활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어떨까. 한국이 훨씬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나.

앞으로 10년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에는 나이 먹으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가치 있을 것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까지처럼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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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김규철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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