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웃으며 삽시다│⑤ 자원봉사

"노년기 활기찬 삶, 자원봉사로 열어 가세요"

2017-04-18 10:21:39 게재

희망자 20% 넘지만 참여는 4.5% 불과 … "청장년 때 경험없어 주저, 공적인프라로 지원 필요"

"교직생활도 하고 다른 공직활동도 했다. 나름 평탄하게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회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난 7년 동안 봉사활동을 해 왔지만 앞으로 남은 생을 이웃에 그 감사함을 전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 대한노인회 경기 고양시 덕양구지회 실버앙상블클럽에서 '기타연주단'을 이끌고 있는 박명순(경기도 고양, 76세)씨의 말이다. 박 씨는 7년 전 침울함과 박탈감 등에 빠져 있는 노인들이 모여 있는 동네 경로당의 분위기를 바꿔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경로당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타와 장구를 가르치면서 '기타연주단'을 만들었다. 그 후 고양 일대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기타연주를 펼쳤다.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노인회 구청 교회 등에서 연주해 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한 노인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지역사회에 밝고 건강한 문화를 퍼트리는데 공헌하고 있는 사례다.

우리나라 노인 평균 기대수명이 82세임을 고려한다면 60세 즈음에 은퇴한 이후 20년 이상의 여생을 자기주도적으로 보내야 한다. 노년기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후소득이 확보돼야 하는 것 외 건강한 여가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노인들이 하고 싶은 하는 활동 중 자원봉사는 노년기인 자신의 존재감과 삶의 가치를 높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국회와 정부는 2005년 자원봉사활동지원법, 1∼2차 국가기본계획을 통해 노인들의 자원봉사활동을 확산시키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 이하다.

봉사활동 기회 늘려야 = 보건복지부의 지원사업으로는 대한노인회이 주관하는 경로당 중심의 '노인자원봉사클럽'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한노협)가 주관하는 노인전문자원봉사사업이 있다. 노인자원봉사클럽은 2011년부터 노인회 소속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마을공동체활동, 사회복지기관과 시설 봉사활동, 청소년 육성과 보호활동, 특화활동 등을 진행했다. 한노협이 주관하는 전국노인전문자원봉사사업은 2007년부터 시행됐으며 교육 상담, 금융 경제, 기술 기능 경영, 문화예술, 의료보건, 언론 등 영역에서 전국 노인복지관 30여곳이 매년 참여했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김이곤 미디어봉사단원이 아코디안동아리반 활동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또 교육부의 마을학숙봉사단과 시니어진로체험지원봉사단, 문화체육관광부의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 인생나눔교실과 이야기 할머니 등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서울시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이나 경기도 실버전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 등 지역의 실정에 맞는 자원봉사 시책을 추진해 노인자원봉사 프로그램과 수행 기관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는 2014년 4.5%로 매우 저조했다 10년전 2004년 4.0%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제 비교 가능한 통계(World Value Survey, 2010-2012)에 의하면 60세 이상 자원봉사 참여율은 한국 1.5%, 미국 22.3%, 일본 2.2%, 독일 6.7%, 스웨덴 14.2%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 희망률은 20.7%로 나타났다.(보건사회연구원 2014년 노인실태조사보고서). 자원봉사 희망률과 참여율 차이가 심한 것은 공적지원이 충분치 않았음을 보여 준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노인의 여가활동 지원 정책 : 활기찬 노후생활' 보고서에서 "22명의 전문가 조사에서 문화여가활동, 평생교육,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공적서비스 이행의 평가 중 자원봉사활동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영란 강남대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은 매우 적다. 젊었을 때 자원봉사 경험이 없거나 적어 자원봉사 생각을 하더라도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모르거나 주저하기 때문"이라면서 "봉사를 생각하고 있는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확대해 봉사 활동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 컨트롤타워 부재, 낮은 참여율에 한몫 = 노인들의 자원봉사 낮은 참여율에는 컨트롤타워 부재도 한 몫 한다.

행정자치부 산하의 자원봉사센터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전국 246곳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보건복지부 지원 대상인 대한노인회의 자원봉사 클럽 및 노인복지관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내용의 자원봉사 활동은 조율없이 각각 수행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컨트롤타워는 노인의 여러 특성에 맞는 자원봉사활동 참여행태를 파악하고, 자원봉사 기관과 단체들을 연계하고 조정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리하며, 중앙정부의 각 부처와 지자체의 각종 사업과 연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종교기관 등 민간 노인 관련 비영리기관, 민간 교육기관 등에서 노년기 사회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종교기관 등에서의 노인봉사활동 관련 통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 연계기관으로 종교기관이 25.4%로 가장 높았고, 지자체가 20.6%, 경로당 16.2%, 복지기관이 15.4%, 민간단체 10.6%, 개인적으로 8.8%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금룡 상명대 교수는 "종교기관과 민간단체를 통해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노인이 36.0%로 전체 자원봉사노인의 3분의 1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들의 활동을 파악하고 양적확대와 질적 향상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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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송현경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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