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지역공약 점검│대구·경북

대구공항 이전 약속했지만 추진동력 의문

2017-04-26 10:14:19 게재

문재인·안철수 '시민사회 합의' 전제

홍준표·유승민도 재원조달 방안 없어

심상정 "민심 달래기 … 원점 재검토"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에 사실상 '묻지마' 몰표를 던졌던 대구경북 표심은 대선 10여일을 앞두고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절대 지지를 보내줬던 보수정당이 몰락하면서 대선후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후보들의 공약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도 지자체의 제안을 받아 수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구공항 이전, 심상정만 원점 재검토 = 주요 정당 후보들이 내놓은 대구·경북 지역 최우선 공약은 통합대구공항 이전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모두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국방비 추산 7조3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 조달방안이 문제다. 공항 규모, 이전지역 지원사업비, 연결교통망 방식 등에 따라 더 늘어날 수 도 있어 재원조달이 녹록치 않다.

실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시민사회 합의'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이전할지 아니면 군공항만 이전할지를 두고 대구와 경북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인천국제공항을 모델로 통합대구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고, 유승민 후보는 대구에서 1시간 거리 이내로 이전하고 철도와 도로 교통망도 확충하겠다며 적극성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도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공항 전문가는 "유력 대선후보들이 시민합의와 여론수렴을 지원의 전제로 달고 있는데다 연결교통망의 재원대책, 기존 공항부지 개발방안 등이 빠져있어 새정부 들어서도 강력한 추진동력이 생길지 의문이 든다"며 "특히 유력 후보 중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3명이 부산·경남 출신이어서 김해공항 확장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공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심상정 후보는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로 낙심한 대구·경북 민심을 달래기 위해 통합대구공항 이전을 졸속 추진해 새로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통합대구공항은 현재 군(K2)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대구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사업이다. 국방부 추산 7조3000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영남권신공항 필요성이 대두된 뒤 대선 때마다 공약으로 채택되고 백지화되기를 반복하다가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서 다시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영남권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되면서 대구·경북 민심이 들끓자 민심 수습용으로 이 사업을 지시했다. 이 사업은 이후 속도를 내 올해 2월에는 2개 예비후보지까지 선정했지만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시 중단된 상태다. 결국 차기정부가 마무리해야 할 사업이다. 특히 김해공항 확장 사업과 맞물려 지역의 최대 정치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규모나 지원예산을 두고 김해공항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대구시는 연간 1000만명 여객 수용이 가능한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북도는 이전 후보지 지원사업비(3000억원)가 턱없이 적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새 사업 안보여 "TK에 애정도, 관심도 없나" = 통합대구공항을 제외하면 대구·경북 지역의 대선공약에는 특별히 새로운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각 후보들의 공약은 지역의 현안사업이나 건의사업을 수용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후보 공약 중 첨복단지 의료허브사업은 이명박정부 때 시작한 사업이고 서대구역세권과 대구 광역철도사업은 국토교통부 사업에 반영돼 일부 추진되고 있다. 물산업과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장 생산도시 사업도 대구시가 오래 전부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공을 들여왔다. 문 후보는 다만 반문 정서가 강한 지역 민심을 의식한 듯 섬유·안경산업 지원, 국채보상운동 정신 세계화 등 지자체 요구에는 없었던 지역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대구시가 제안한 12개 사업을 통합대구공항 이전, 신성장산업 선도도시 육성, 영호남 연결철도 건설 등 5개로 압축해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도 대구·경북 첨복단지를 강원 원주와 충북 오송을 연결해 의료산업 트라이앵글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대구시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안 후보는 다만 대구시가 건의한 서대구역세권개발, 대구산업선 철도건설, 대구~광주 내륙고속철도건설 등을 누락시켰다.

경북 공약으로는 문재인 후보가 김천혁신도시 지원, 동해안 친환경-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경북 경주 지진 방재대책 마련 및 원전 안전성 확보 등을 약속했다. 홍준표 후보는 경북도가 강조하는 4차산업혁명특구 조성, 한반도 허리경제권 국토 대동맥 구축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안철수 후보는 선거 초반 원전 수명연장 중단, 4대강 복원 등을 주장했지만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자료집에서는 이를 뺐다. 유승민 후보는 신한류 거점 육성, 복합관광벨트조성 등 8개 사업을 경북지역 공약으로 제시했고, 심상정 후보는 경북 공약으로 원전클러스터 폐지를 내세워 진보정당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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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김신일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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