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자유학기제│교육과정 자유자재로 '서울 문현중학교'

"모두가 신나게 공부하는 교실, 융합수업 덕분이죠"

2017-08-01 10:04:08 게재

창의력 자극하는 교과 통합 수업 인기

교사 연구 동아리 활동, 수업으로 연결

"사회 수업에서 국가기관과 3권 분립을 배우고, 국어 수업에서는 사법부의 기능과 재판 과정에 걸맞은 인물을 구성해 모의재판 역할극을 합니다." 신수정(서울 문현중) 교사가 '국어-사회 교과 융합 수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작품에 대해 근거를 들어 평가할 수 있다'라는 국어 교과의 성취기준과 '민주주의의 형성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회 교과의 성취기준을 결합한 수업이다. 신 교사는 두 교과에서 연관성을 추출해 '인물 상상 재판하기' 수업을 만들었다. 문현중에서 이러한 교과간 융합 수업은 흔한 일이다. 교과별 시수 조정이나 교육과정을 재편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교육효과가 뛰어나 융합수업을 선호한다.

모의재판 역할극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국어-사회 교과 융합 수업의 일환이다. 사진= 문현중학교 제공


신 교사는 "학생들은 같은 시기 같은 주제를 여러 교과에서 다양한 도구를 통해 배우니 이해가 빠르다. 교사들도 고생은 하지만 학생 수업 참여도 때문에 만족감이 높다"며 "융합 수업이 학생도, 교사도 신나게 공부하는 교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학생 모두 'S.T.A.R' 만든 융합 수업 = 문현중 특징은 특정 교과활동에 집중하기보다 모든 교육과정을 학생 중심으로 재편했다는 점이다. 융합 수업부터 진로 탐색 활동과 예체능, 인성교육까지 교육과정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학생들을 교실 수업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교사는 "자유학기의 목적은 학생이 즐겁게 배우고, 교사는 신나게 가르치면서 더불어 지역사회도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데 있다"며 "한 학기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으려면 교육과정 전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교원들의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연례행사가 된 자유학기 페스티벌. 학생들이 교과 수업에서 만든 결과물이 전시돼 있다.


이 과정을 거쳐 탄성한 것이 문현중의 'S.T.A.R' 교육과정이다. 'S.T.A.R'는 융합 수업(STEAM), 진로탐색활동(TALENT), 예체능 교육(ACE), 지역 연계 인성교육(Right) 등 학교가 선정한 네 가지 주요 영역의 영문 슬로건 약자다. 특히 융합 수업은 수업과 평가 방법 개선 측면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까다로운 교과간 통합 수업과 자유학기 외 학기에서의 연계 수업, 과정 중심 평가 방법을 실현했기 때문.

융합수업은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어 최근 여러 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시행착오를 겪는다.

문현중은 교육과정 중 가장 긴밀하게 연관된 부분을 추출해 교과간 융합을 시도하거나, 학년별 테마 수업을 모든 교과와 학년으로 확장했다. 또 핵심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학습내용, 평가 분량과 횟수를 조절했다. 효율적이고 다양한 학습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1학년 1학기 자유학기, 2학기는 자유학기 연계학기로, 2학년은 자유학기 연계학년으로 편성했다. 1학기 자유학기 수업에서 과학 단원과 미술의 영상표현 단원을 엮어 플립북으로 만들게 하고, 2학기에는 전통 주택의 건축 기법을 활용해 패시브하우스를 디자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학생 부담은 줄이면서 집중도를 높인다는 게 특징이다. 지필고사의 비중을 낮추고 수행평가의 비중을 높였다. 수행평가 역시 점수 대신 단계별 과정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결과 성적대가 제각각인 학생 모두가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수업방식은 학생들의 학습흥미뿐 아니라 성적까지 올렸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4.4%에서 2.2%로 절반가량 감소한 것.

전 교원 수업 연구 동아리 참여 = 수업방식 변화는 학생을 학교의 주인공으로 바꾸었다. 그 배경에는 교원들의 연구와 열정이 숨어있다. 문현중 모든 교사는 수업 연구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독서·토론·논술 동아리, 세계시민교육 동아리, STEAM 동아리, 잡(JOB)학(學)다식(진로교과 연구 동아리) 등에서 활동중이다. 교사들의 노력 결과는 전 교과에서 프로젝트 수업, 역할극 등 다양한 수업으로 이어졌다. 교원간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교과간 통합·융합 수업도 향상되고 있다.

문현중은 모든 연구 결과물을 자료로 만들어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수정한다. 국어과 수업을 사회과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교원 이동이 잦은 공립학교의 특성을 고려해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이다.

문현중학교 예술체육 활동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예술체육 교과를 전학년 지필고사 없이 수행평가로 실시한다.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과 역량 향상에 집중해 학생들이 꿈을 발현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특히 자유학기를 이용해 교과 안팎에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예술 분야는 반마다 만화, 애니메이션, 디자인 그룹으로 나눠 체계적인 소규모 학습을 진행한다. 동아리와 체험활동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한 학기 동안 공부하거나 탐색한 결과물을 전시하는 페스티벌은 학생은 물론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체육은 농구, 자전거, 레슬링 등 지정 종목 중 2개 이상을 배운다. 교사는 수행 평가에서 교내 대회 준비 과정을 꼼꼼하게 살핀다. 창작무용, 1인 1기 운동 종목, 스포츠맨십 강화를 위한 축구게임 등 프로그램 참여도를 반영했다. 학생이 평생 취미나 특기로 삼을 만한 종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교생활에 참여도를 높이고 친구들과 협업하는 인성 역량까지 키워주는 셈이다.

신 교사는 "축구나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학생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폭력이나 중도 이탈자 발생이 줄어들고, 자기 주도적 활동 경험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인터뷰 │서울 송파 문현중학교 신수정 교사] "평가 개선해야 교실수업 뿌리내려요"

['진화하는 자유학기제' 연재기사]
'뻔뻔한' 경기 성남 낙원중학교│ "뻔(Fun)한 진로탐색으로 꿈과 끼 찾아요"2017-07-27
교육과정 자유자재로 '서울 문현중학교'│ "모두가 신나게 공부하는 교실, 융합수업 덕분이죠"2017-08-01
경기 시흥중학교│ "지역주민 함께한 수업으로 공동체의식 높였죠"2017-08-07
시험에서 해방된 경기 매송중학교│ 영어 독서와 토론으로 자기주도 학습력 키운다 2017-08-14

전호성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