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행위 공정위 과징금 깎아줄게"

2021-04-19 11:52:20 게재

공정위 민간자문위원 출신 수억원 받아 실형

공정거래위원회 전 민간자문위원이 불법 담합행위로 조사받는 기업인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윤 모씨에 대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3억55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는 윤씨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공정위 민간 자문위원을 지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을 지낸 경험을 가지고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들에게 "과징금을 깎아주겠다" "감면해주겠다"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을 지내는 과정에서 공정위 간부들과 친분이 생긴 것을 기회로 기업에 과징금 감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4월 윤씨는 공정위로부터 골판지 원지·원단 등 판매가격 담합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포장업체 사장 A씨에게 "공정위 간부와 직원들을 잘 아니까 그 사람들에게 부탁해 과징금이 나오지 않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윤씨는 이때부터 A씨에게 업무추진비와 행사비 등을 목적으로 지속적인 금품을 받게 됐다.

윤씨는 A씨에게 "공정위 공무원들과 골프 접대를 해야 한다. 과징금 문제를 도와주면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공정위 작업을 해서 과징금이 감면되면 나에게도 최소 3억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A씨가 윤씨에게 건넨 것은 97차례에 걸쳐 3억5500만원에 달했다.

윤씨 측은 A씨에게 받은 일부 금품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구했지만 홍 부장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과거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을 지내고 기업인들로부터 공무원들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장기간에 걸쳐 거액을 수수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변호사법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과거 중한 범죄로 처벌 받은 점 등이 없는 조건을 양형에 반영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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