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원대 사이버 사기범, 징역 13년 확정

2022-03-07 11:39:52 게재

해외에서 도박 사이트 운영, 재산 국외 유출

대법, 상고 기각 … 추징금 169억원도 확정

해외에 머물면서 불법 주식거래와 인터넷 도박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이버 사기'로 수백억원을 챙긴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재산국외도피) 등 14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3년, 추징금 169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02년 운세상담 전화서비스를 무료인 것 처럼 속여 수천만원을 벌어들인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도박 사이트. 스포츠도박 사이트, 선물·주식 거래사이트, 외국복권 구매대행 사이트 등을 운영하면서 수백억원대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특히 A씨는 2012년 5월 태국 방콕에서 무허가 선물·주식 거래 사이트를 개설하고 프로그램 개발, 주식 운용 등 4∼5개 팀을 갖춘 회사를 차렸다. 그는 2017년 10월까지 이런 웹사이트 13곳을 운영하며 회원 231명에게서 총 430억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005년에는 베트남에서, 2007년에는 태국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열어 20억원 이상을 챙겼다.

그는 외국인 명의의 한국 계좌로 범죄 수익을 송금한 뒤 환치기 방식으로 태국 계좌에 이체하는 수법으로 169억원가량을 해외로 빼돌렸으며, 2020년 검거 전까지 태국과 베트남에 머물며 호화 생활을 해왔다.

수사당국은 2020년 4월 국제공조로 태국에서 A씨를 붙잡아 국내로 강제 송환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범죄단체조직죄를 제외한 13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몰수나 추징을 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169억여원의 추징을 명했다. 추징 명령과 관련해 2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법 제1조에 따른 추징은 필요적 추징으로 이를 선고하지 않은 1심에 부당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을 속여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하고 불법적으로 이익을 취하면서 사행심을 조장해 건전한 금융질서 확립을 저해하고 국부를 유출하는 것으로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약 12년간 국외에 체류하면서 범행을 주도했고 교묘하고 치밀하게 이익을 대부분 향유했다"며 "범행의 수법과 금융투자 및 외환거래 질서, 피해자에게 끼친 막대한 해악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해 처벌을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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