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대한민국을 인양하라'│② 진상규명, 아직 시작도 못했다

여당 정치공세, 정부 방해에 1년 '허송세월'

2015-04-15 11:17:26 게재

특별법 놓고 '정치게임', 특위 놓고 '세금도둑' 공세

여야 합의 당시 유가족 우려, 2달 만에 현실로

세월호 1년, 특별법 시행 4개월이 되도록 참사 진상규명을 해야 할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304명이 사망한 대형참사를 놓고 정치권은 피해자들을 외면한 채 정치게임에 빠진 채 한계가 명백한 특별법을 만들어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 우여곡절 끝에 간판을 걸고 출범을 준비중인 특위 안팎에서는 여전히 참사를 정치쟁점화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우여곡절 특별법 '식물특위' 예고 = 세월호 특위 도입 논의는 지난해 5월 초, 일부 유가족들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가 공론화되면서 시작됐다. 특별검사보다 더 정치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바람은 5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거절당했고, 이후 정치권의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묻혔다.

유가족을 중심으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고 △활동기한을 기본 2년에 추가 1년이 연장 가능케 하는 '4·16특별법'안이 제안되자 정치권은 여야 없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여당은 당시 김학용 의원의 발의안처럼 조사위에 '자료제출요청권'만 부여하는 등 권한을 최소화하려 했다. "수사권 부여는 국가 근본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야당마저 유가족에게 "내용은 좋지만 여당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으로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유가족들의 광화문·국회 농성이 장기화되자 일부 보수언론과 단체들은 "세월호 때문에 국민들 생업과 경제가 죽었다"며 몰아가기 시작했다.

7월 30일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세월호는 노골적으로 정치쟁점화 됐다.

당시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인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은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 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의 주장"이라며 "사망자들이 보험금으로 4억5000만원을 일시금으로 받는다는 등의 주장으로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의 법안 내용을 들며 희생자와 유가족이 특혜를 받는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4차례의 여야협상 끝에 10월 31일 결국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합의시점부터 '식물특위'가 예견되는 법안이었다.

유가족들은 4차 합의안에 대한 입장발표에서 특위의 인력과 예산에 정부여당이 개입, 통제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대상이 정부와 책임을 공유하는 여당이 위원회의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결정토록 해 특위 회계와 인력관리에 개입토록 한 점 등을 들어 특위의 독립성이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금도둑' 논란에 4개월 허비 = 유가족들의 우려는 불과 2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올해 1월 1일 세월호 특별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특위는 준비단을 꾸리기 무섭게 정치공세에 휩싸였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달 1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조직(특위)을 만들려고 구상하는 분이 공직자가 아니라 '세금도둑'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직규모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보다 더 큰 부서, 부처를 만든다고 한다"며 특위 구성 논의에 발목을 잡았다. 연초 박근혜정부가 세수확보에 열을 올리던 시점에 세금도둑 논란은 특위 뿐만 아니라 다른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까지 논란거리로 만들었다.

그런데 김 의원이 문제삼은 내용은 '조사위 직제·예산안'에 있던 것으로 당시 특위가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던 초안이었다.

이를 넘긴 인물은 다름아닌 새누리당 추천 몫인 조대환 부위원장이었다. 다른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도 얼마 후 "특위 예산 요구액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퍼뜨렸고 조 부위원장은 일주일 만에 파견 공무원들을 철수시켜버렸다.

새누리당 추천 인사들의 노골적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다음 달 12일 조사위에서 예산을 18% 감축한 특위설립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되자 일방적으로 퇴장하는가 하면 이틀 뒤 관련부처에 자신들의 의견을 따로 제출했다.

특위는 내부적으로 최종 확정된 시행령안을 2월17일 정부에 제출했다. 특위는 4차례에 걸쳐 정부 시행령안을 미리 보고 검토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새누리 추천) 소수안을 선택했다"는 등의 입장만 툭툭 던질 뿐 구체적인 내용은 특위에 일절 알리지 않다가 3월 27일 기습적으로 소수안을 빼다 박은 정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사 대상을 정부 조사결과로 한정하고, 특위 내 요직에 공무원과 여당 추천 인사들을 앉히는 정부 입법예고안이 사회 각계의 반발을 부르는 동안 정부는 참사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설명회를 열고 한편에서는 선체인양 비용 등 세월호 참사 수습 비용을 추산해 알리기에 나섰다. '세금도둑' 논란의 재연을 유도, 진상규명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특위는 특별법 시행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곧바로 개정안을 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별법상 활동시한이 최장 1년 9개월에 불과한 만큼 논쟁이 길어지는 만큼 진상규명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해지게 된다.

박주민 변호사는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고 강력했던 만큼 특별법 통과와 특위 출범 과정이 지난한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정치쟁점화 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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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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