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서정가제를 위협하다 | ② 중고서점 확장

"출판 생태계 선순환에 도움안돼"

2016-06-23 11:02:15 게재

신간유통 등 부작용 "정가제 취지와 달라" … 출판인회의 "온라인서점과 협의"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정가제를 3년마다 폐지 또는 완화, 유지하게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다.
'보다 건전한 출판 생태계를 만들어내자'는 의지로 탄생시킨 제도인 만큼 각 주체들이 정가제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수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정가제를 피해가는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다. <편집자주>

 

예스24 중고서점. 사진 이의종

 


개정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이 온라인서점이다. 대량 할인으로 독자들을 모으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던 온라인서점은 10%의 가격할인에 5%의 가격 외 할인으로 할인이 규제되면서 영업 방식을 바꿔야 했다.

이 중 온라인서점들이 선택한 방식 중 하나는 '중고서점'이다. 특히 지난 4월 예스24가 서울 강남에 200평 규모로 첫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시작하면서 중고서점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예스24의 중고서점은 알라딘의 중고서점 강남점과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알라딘은 해외 매장 1곳을 포함, 27곳의 중고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7곳을 늘렸다.

◆"대기업의 고물상 진출" =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중고서점을 시작하면서 책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알라딘이나 예스24의 중고서점을 찾고 있다.

기존 청계천 헌책방으로 대표되는 중고서점은 찾지 않는 이들도 강남 종로 신촌 등 주요 거리에서 영업하고 있는 온라인서점의 중고서점은 방문한다. 잘 정돈된 매장에서 새 책을 구입하는 기분으로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책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서점들은 중고서점을 확장하면서 해당 사이트에서 신간을 구매한 후 되팔면 현금이나 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강화했다.

이는 독자들 입장에선 저렴하게 책을 구매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출판계에 따르면 출판사가 신간을 출간한지 얼마 안 돼 중고서점에서 해당 책을 판매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중고서점의 확장이 출판 생태계의 활성화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문화적 공공재인 책을 정가에 유통시킴으로써 건전한 출판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자는, 개정 도서정가제를 처음 시작할 때 출판계·서점계·소비자단체 등이 동의했던 관점에선 부정적일 수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온라인서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통해 엄청난 물량의 중고책들을 유통시키고 온라인서점들은 독자들에게 구매한 책을 되팔라고 권하고 있다"면서 "일부 출판사들은 중고서점용 신간을 유통시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서점이 중고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큰 틀에서 개정 도서정가제가 의도한 출판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관점에서 온라인서점의 중고서점 확장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서민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중고서점계에 대기업이 뛰어들어 이윤을 창출하고자 한다는 비판이다. 신간이 유통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지역서점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수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정무위원장은 "예스24 같이 큰 기업에서 헌책방까지 하면 되겠느냐"면서 "중고서점은 고물상으로 등록하고 영업을 하는데 대기업이 고물상까지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회원끼리 신간 거래는 계속 = 출판계는 이와 관련 문제의식을 느끼고 예스24·알라딘과 협의를 계속 진행해 왔다. 이에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 1일 "예스24와 알라딘이 출간된 지 6개월 이내의 신간에 대해서는 중고서점에서 유통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내일신문 2016년 6월 2일자 19면 참조>

이와 관련 알라딘은 지난 5월부터 신간을 유통시키지 않고 있으며 예스24는 오는 7월부터 신간을 유통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예스24 관계자는 "시스템상의 문제로 인해 7월부터 신간 유통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출판계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온라인서점의 중고책 유통 관련해선 문제가 남아 있다. 중고서점에서 6개월 이내 신간을 유통시키지는 않지만 회원들끼리의 거래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서점들은 회원들로부터 6개월 이내 신간에 대한 매입은 계속 하고 있다. 예스24와 알라딘은 신간을 매입한 이후 보관했다가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중고서점에 유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출판사들로선 재고량을 확인할 수 없는 등 유통에 불확실성을 준다는 점에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6개월'이라는 신간 유통 제한 기준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6개월 이내 신간의 유통을 제한한 것은 온라인서점의 중고서점에 대한 첫 조치"라면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추가로 온라인서점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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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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