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서정가제를 위협하다 │③ 여전한 '카드사 제휴 할인'

1만3천원짜리 책 7020원에 팔 수도

2016-06-28 11:35:08 게재

서점이 비용 부담시 정가제 위반 … 규제해야 할 문체부도 할인되는 '문화융성카드'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정가제를 3년마다 폐지 또는 완화, 유지하게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다.
'보다 건전한 출판 생태계를 만들어내자'는 의지로 탄생시킨 제도인 만큼 각 주체들이 정가제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수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정가제를 피해가는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다. <편집자주>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됐지만 아직도 4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온라인서점에서 특정 제휴카드로 결제하면 되는 것. 때문에 일부 독자들은 여전히 '어떤 카드를 이용해 책을 사는 게 저렴할 것인지' 고민을 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정부가 출시한 문화융성카드도 지역서점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개정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스24 제휴카드 안내 화면.

 

제휴 카드 30개에 이르기도 = 대부분의 온라인서점들은 카드사와 제휴할인을 하고 있으며 이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홍보하고 있다.

27일 오후 예스24에서 최근 출간된 한 책을 사려고 검색하자 '정가 1만3000원 판매가 1만1700원(10%할인) YES포인트 650원(5%적립)'이라는 설명이 책 표지와 함께 등장했다. 개정 도서정가제에 따라 10% 할인과 5%의 가격외 할인을 공지하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와 함께 할인혜택이 제시돼 있다. '4700원 - 시럽페이(7000원 할인, 1만원↑, 생애첫결제) 1만530원 - 국민카드(10% 할인, 쿠폰, 5만원↑결제, 8000원한도) 7020원 - 예스24하나카드(40% 할인, 월한도 1만원) 7020원 - 예스24신한카드(40% 할인, 1만원↑, 월한도1만원)'가 그것이다. 최근 앞다퉈 출시되는 시럽페이 등 핀테크 결제와 함께 카드 결제시 할인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할인혜택의 '더보기'를 클릭하면 예스24와 제휴한 카드들을 안내하는 화면으로 이동한다. '대한민국 대표 인터넷서점 최강 혜택 예스24 할인 카드' 아래 '최저가격보장은 기본! 예스24 마니아/제휴카드로 추가 할인 혜택도 누리세요!'라고 돼 있고 '예스24 마니아 카드' '예스24 제휴 카드' '기타 할인/적립'이 소개돼 있다. 예스24 마니아 카드는 4개, 제휴 카드는 26개에 이른다. 마니아 카드 중 예스24 신한카드와 예스24 하나카드는 월 최대 1만원, 회당 40%까지 청구할인이 된다.

인터파크도서의 경우에도 같은 책에 대해 '1만890원 삼성카드 7% 청구할인 (1인 1일 최대 5000원/3만원 이상 결제)'라고 안내돼 있다. 아래 '더보기'를 클릭하면 '청구할인 안내(인터파크 제휴카드)'가 나타난다. 삼성카드 외 북피니언 롯데카드, 하나SK 북&카드, EBS 롯데카드, 인터파크 NEW 우리V카드, 인터파크 현대카드가 할인율과 함께 '얼마 이상 결제시 얼마까지 최대할인이 되는지' 안내된다.

대형 서점, 정가제 '위반' = 예스24 등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대형 서점의 카드 제휴할인은 개정 도서정가제 위반에 해당한다.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2015년 초 카드사 등 서점, 출판사가 아닌 제3자가 할인 비용의 100%를 부담해야만 정가제 위반이 아니라고 의결했다. 제3자가 책을 읽을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형 서점의 경우 할인 비용의 50%를 자체 부담하고 있다.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경우 카드사와 제휴카드를 출시할 때 할인되는 비용의 50%를 기업이 부담하게 돼 있기 때문. 그렇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의 카드 승인이 이뤄지지 않는다. 카드사의 경영 부실을 초래할 위험이 있어서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등이다.

또 연매출 1000억원이 넘지 않는 서점이 카드사 제휴 할인을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 정가제 위반은 아니라 하더라도 정가제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격이 아닌 내용으로 경쟁, 출판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에 명백히 반한다는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카드사 제휴 할인은 편법이며 이 중 할인 비용의 50%를 서점이 부담할 경우는 개정 도서정가제 위반"이라면서 "건별로 출판유통심의위에서 정가제 위반 과태료 300만원을 물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서점들은 카드사 제휴 할인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과태료를 낸 적이 있지만 당시엔 정가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을 때였고 지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화융성카드, 정가제 취지 반해 = '지역서점을 살리자'는 취지로 문체부가 주도해 지난 1월 출시된 문화융성카드가 개정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화융성카드는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 15% 청구할인을 해 주는 체크카드로 BC카드에서 출시돼 7000장 넘게 발급됐다.

출판 전문가들은 문화융성카드가 지역서점을 살린다는 취지로 발급됐지만 카드사 할인이라는 편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정가제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편법 할인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할 문체부가 오히려 이를 활용한다는 주장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지역서점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다고 해도 15% 추가 할인을 하는 카드를 출시한 것은 정가제의 취지에 배치된다"면서 "정부가 앞장서 추가 할인이 이뤄지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편법이라는 지적은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지역서점을 살려 출판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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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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