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바로 세우기 | ④신속한 외상진료체계

외상센터 중증환자 수용 28% 불과

2017-03-13 10:48:31 게재

'가까운 병원 선호' 인식부터 바꿔야 … "외상센터서 처치 끝내는 체계 필요"

우리나라는 교통사고나 추락으로 생기는 중증외상환자가 사망할 확률은 34%로 매우 높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권역외상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그 사망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적절한 진료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를 설치 올해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 어디서나 1시간 이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2020년도에는 선진국 수준으로 사망률을 20%미만으로 낮출 수 있게 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권역외상센터 설치에만 멈춘다면 실질적인 외상환자 사망률를 낮추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역외상센터에 중증환자가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 이전에 도착할 수 있는 이송체계가 보장되어 있지 않고, 외상센터 내에서 최종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으로 높은 이송률도 사망 늘려 =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수술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를 실은 119구급차가 신속하게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신속이송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교통체증이 많은 상태에서 환자를 실은 상태에서 30분 안에 권역외상센터까지 도착이 곤란하고, 소방대원들이 응급처치 능력이 부족해 장시간 이송에 부담을 느끼고, 중증외상환자 평가 능력도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소방대원들은 응급실이 있는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유색깔지역은 현재 1시간 내 권역외상센터로 중증외상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곳이며 무색깔지역은 1시간 내 이송이 어려운 곳이다. 자료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김 윤 서울대의대 교수에 따르면 전국 16개 권역외상센터에 30분 안에 이송이 가능한 지역은 89%에 이르는데, 실제 권역별 외상센터의 중증외상환자 수용률은 28%에 머물고 있다. 중증외상센터로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 72%정도가 가까운 병원으로 직행하는 셈이다.

이렇게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직행하지 않은 결과, 중증외상환자의 적절한 수술 등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높아진다. 두개골 손상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한 중증외상환자는 빨리 수술을 하지 않고 난이도가 높은 다른 조치를 받게 되면 시간 지체로 이어져 이로 인해 사망률은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소방대원의 입장에서는 일단 응급처치를 먼저 하자는 의도가 강하겠지만 이런 이송행태는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을 되레 높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김 교수는 "현재 중증외상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지역응급외상센터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을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한다는 원칙으로 바꾸고, 이송예상시간이 30분 이상일 경우 헬기이송을 요청하고 지시에 따르도록 중증외상환자 이송병원 선정지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외상센터에 운영비지원해도 인력부족? = 응급환자의 높은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률도 사망자를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 응급환자의 전원율은 약 10-15%로 미국(4∼8%)보다 약2배 높다.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최종치료병원으로 직접 내원한 환자보다 사망률이 약 3배 높다. 이는 사고발생에서 다른 병원 이송까지 평균 3시간 이상 걸려 외상치료의 골든타임 1시간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증외상환자의 다른 병원으로 이송률은 30%에 이른다. 권역외상센터에서도 인력부족, 수술실 부족 등 이유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도 이뤄지고 있다.

이에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를 반드시 수용하고 일단 환자를 받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진료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 외상전용 치료센터'라고 공언하고 있고, 이를 위해 80억 원의 시설 장비비와 매년 7억∼27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복지부의 공언처럼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 윤 교수는 "우리나라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를 전원 보내고 있다"며 "환자가 수용불가한 상태가 되면 구급차에게 데리고 오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는 구급차 분산배치 제도가 필요하고, 그 이전에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소방당국에서도 가능한 권역외상센터로 중증외상환자를 보낼려고 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강제하는 상태는 아니다. 지역에 따라 소방당국과 권역외상센터 간의 협력체계를 잘 갖추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며 "중증외상환자는 우선적으로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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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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