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이기심에 눈물 흘리는 장애학생│③ 준비 안된 '물리적 통합'

장애학생 70% 일반학교 다닌다

2017-05-02 10:59:09 게재

차별 줄지 않고 인프라도 부족 … 전문성 부족한 교사에 상처 받기도

"같은 반에 지적장애 학생이 한 명 있는데 선생님이 짝을 바꿀 때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장애학생과 짝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학교에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경험하게 하겠다며 1994년 도입한 '통합교육'이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장애학생들을 힘겹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교육통계에 따르면 통합교육은 특수교육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 아동 8만7950명 중 6만1989명(70.5%)이 일반학교에 다닌다.

이중 특수학급이 아닌 일반학급(전일제 통합학급)에서 교육받는 장애학생도 1만5344명에 달한다. 2003년 2만9000명이었던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통합교육이 장애학생의 발달과 장애인식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5년 교육부 조사에서 특수·통합학급 교사 70.8%, 교장·교감 등 관리자 75.9%, 장애·비장애 학생 학부모 64.8%가 "장애 학생의 대인관계 능력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장애학생에 대한 일반학생들의 인식이 개선됐다는 응답도 많았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통합교육이 자리 잡았다고 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분위기와 인프라 부족 등으로 다니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특수학교로 옮기려는 장애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수학교 부족으로 전학은 이른바 '하늘에서 별따기'라 적응하지 못한 학생은 결국 일반학교를 전전한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장애아동 관련 민원 641가지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에서는 특수반 보조교사가 없어 혼자서 책장을 넘기는 것도 어려운 뇌병변 장애1급 학생이 학교생활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자폐성 장애 학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성희롱을 일삼았는데도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주동자 학생의 반을 옮기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되지 않은 채 물리적으로만 결합한 통합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은 문제를 교사 역량 강화로 해결해보려 하지만 그도 쉽지 않다.

교육당국은 통합학급 담당교사에게 60시간 이상의 특수교육 관련 연수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 최소 30시간 이상을 받으면 자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통합학급을 맡은 교원 4만만371명 가운데 60시간 이상 연수를 받은 교사는 2만5809명(63.9%)명이었다. 30시간 이상 60시간 미만의 연수를 받은 교사 4982명을 포함하면 3만791명(76.3%)가 최소한의 연수를 받은 것이다. 최소한의 연수도 받지 않은 교사들이 많은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해 연도에 교육을 모두 이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간이 부족하거나 아예 교육을 받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교사 입장에서는 연수를 받으려면 별도 시간을 내야 하는데다 장애 아동을 매년 담당하는 것도 아니라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솔직히 매년 통합학급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고 강제사항이 아니다보니 꼭 연수를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연수를 이수한 교사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의 통합학급 적응을 돕는 특수교육실무사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시·도교육청 예산 사정에 따라 수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학교에 배치된 특수교육보조원(유·무급 포함)은 2013년 7653명에서 2015년 7223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다시 7681명으로 증가했다.

특수교육 지원업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으로 2008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다. 문제는 지역 간 특수교육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도 교육청별 특수교육 예산의 경우, 특수교육 예산이 가장 많은 교육청 예산을 가장 적은 예산으로 나눈 격차 값이 해마다 증가한다. 2006년에는 1.73이었던 격차가 2017년에는 2.67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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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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