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을 권리 보장 못 받는 장애학생들│⑤ 주민들 자랑거리로 자리잡은 밀알학교

지역사회와 소통으로 갈등 극복

2017-06-30 10:46:28 게재

시설 개방하고 함께하는 프로그램 운영 … 5년 노력 끝에 인식 변화 이끌어내

전국 곳곳에서 장애학생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학부모들과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간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1996년 밀알학교 공사촉구 시위 현장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특수학교인 밀알학교가 지난 달 12일 개교 20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현재는 지역사회의 자랑거리로 자립잡은 밀알학교지만 개교 당시에는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서울 강서구에 설립될 예정이다. 학교 설립계획은 지난해 12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으며 현재는 국토교통부가 설계공모를 위한 심사를 하고 있다. 설립예산을 확보한 시교육청은 늦어도 올해 말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2019년 3월 개교한다는 계획이다. 서진학교 설립은 수년간에 걸친 에 걸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수년 동안 요구해온 사안으로 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 2013년 폐교된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할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서진학교를 둘러싼 갈등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지역주민들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지만 특수학교가 설립으로 인한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반대여론이 지속되고 있어 교육감 간담회 등 설득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학교 설립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특수학교 설립과 집값 하락이 연관성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특수학교가 설치되어 있는 지역을 전수조사해 보니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부산대 교육발전연구소에 의뢰해 3일 이 같은 내용의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의 167개 특수학교 지역을 인접(반경 1㎞ 이내)과 비인접(1~2㎞)으로 나눠 10년간 부동산 가격 변화를 조사했다. 16개 시·도별로 땅값(표준공시지가)이나 단독주택·아파트 값을 비교해본 결과 상승률엔 큰 차이가 없었다. 단독주택 가격 변화율은 15개 지역에서 지역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도입된 1996년 이후 아파트 가격 변화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23개 학교 중 비인접 지역이 더 많이 오른 곳은 4곳뿐이었다.

문제는 이런 연구결과를 주민들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실타래처럼 꼬인 특수학교를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한 해법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사용하는 복합공간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와 교육당국은 특수학교를 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모시켜 지역사회에 안착한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를 주목하고 있다.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지난 15년간 특수학교를 설립하지 못한 서울시교육청도 조희연 교육감이 직접 발달장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밀알학교를 방문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학부모, 교직원 등과 '주민 친화적 특수학교 운영 및 설립'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지역에서 혐오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자랑거리로 자리 잡은 밀알학교에서 해담을 찾기 위해서다. 밀알학교가 처음부터 지역사회의 자랑거리였던 것은 아니다. 학교 설립을 위해 밀알복지재단이 일원역 근처 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공사장 입구는 바리케이드로 봉쇄됐고, 공사장에 건설 장비가 들어갈 기미가 보이면 주민들이 몸으로 막았다. 재단 관계자들이 특수학교가 들어서도 주민 피해는 없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소송 등 우여곡절 끝에 밀알학교는 1997년 문을 열었다. 개교 후에도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런 주민들의 시선을 따뜻함으로 바꾸는데 는 5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재단은 설계자가 대한민국 건축가상을 받을 만을 아름답게 학교 건물을 지었다. 또 별관격인 밀알아트센터에 카페, 미술관, 음악당을 꾸며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주민들과 지역학생들이 함께 이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개방된 학교 공간을 오가면서 주민들의 편견도 소리없이 사라졌다.

최근 교육당국도 이런 밀알학교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수학교 신설 시 수영장, 도서관 등 지역주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을 조성해 지역사회와 더불어 상생하는 특수학교 모델을 개발하는 등 다양화 정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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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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