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을 권리 보장 못받는 장애학생들 ①

통학시간만 하루 2시간 걸리기도

2017-04-20 10:52:21 게재

서울 15년간 특수학교 설립 못해 … 장애 특성별 맞춤교육 사실상 불가능

#1. 서울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학생 경미(가명·15세)양은 집 인근에 특수학교가 없어 20㎞ 가량 떨어진 학교에 다닌다. 학교 셔틀버스가 오기는 하지만 편도 1시간 가깝게 걸리는 등하교길은 경미양에게는 지옥이다. 경미양은 버스에 타면 예민해지는 성격인데다 울고 소리치는 친구들 틈에서 보내는 통학 시간은 너무 길고 힘겹게 느껴진다. 최근 경미양 부모들은 교육청이 집 인근에 특수학교를 신설을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걱정이다.

#2. 지체장애가 있는 17살 경수(가명)군 부모는 특수학교가 있는 지역에 살다 학교에 입학할 때쯤 이사를 했다. 예전 집 근처 특수학교는 지적장애 영역 학생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장애 영역별로 차이가 나는 행동 특성으로 원하는 교육을 받기 어렵고 학부모간 갈등도 심하다는 주변 조언을 받아들여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최근 장애학생 학부모들 모임에서 교육과정과 학사운영을 둘러싼 학부모 요구가 달라 학교 내 갈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사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해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터와 서초구 언남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설립한다고 행정예고를 했다. 중랑구에도 부지를 마련해 2019년까지 특수학교를 세울 계획이다. 새로 개교할 학교는 130~140명을 수용할 규모다. 특수학교 수요를 모두 채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2019년까지 3곳을 개교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설립추진 계획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2013년부터 설립 계획을 세웠으나 주민 반대로 설립이 무산된 경험도 있다.

서울 지역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건 2002년 개교한 경운학교가 마지막이다. 현재 서울지역에는 국립 3곳, 공립 8곳, 사립 18곳 등 총 29곳의 특수학교가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1만3146명 장애 학생이 있지만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35% 수준인 4496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생들은 일반학교 특수학급(46%), 일반학급(17%)이나 특수교육지원센터(2%)에서 교육을 받는다.

학교 수가 적다보니 기존 특수학교의 과밀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강남지역 소재 다니엘학교의 경우 중학교 과정 과밀도가 164%에 달하고 고등학교 과정은 152% 수준이다. 한국육영학교의 경우 과밀도가 과정별로 각각 153%, 126% 수준이라 수업진행 자체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또 특수교육 대상자 특성상 장애 영역간 행동 특성에 차이가 나 분리해 교육을 해야 하지만 학교 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지적장애(자폐성, 발달지체, 정서장애 포함) 학생이 9424명으로 전체 특수교육대상자의 72%에 달한다.

하지만 지적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는 15곳에 불과하다. 인근에 학교가 없는 지체장애 학생들까지 입학하고 있어 과밀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로 동천학교의 과밀도는 중학교 과정 132%, 고등학교 120%에 달한다. 성베드로학교도 각각 128%, 114% 수준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학교가 부족하다보니 특수학교 학생들의 통학시간도 일반학생에 비해 길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특수학교 재학생 42.1%의 통학시간이 30분 이상이다. 3%(138명)는 통학을 위해 1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부족하다보니 보호가 필요한 장애 학생이 먼 곳으로 통학해야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장애 학생 특성상 지적장애인인과 지체장애인이 구별돼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2002년 이후 특수학교 설립이 안 되다 보니 장애 특성은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부족 문제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자(유치원~고등학교)은 2011년 8만2665명에서 2016년 8만7950명으로 5285명 증가했다. 이 기간 특수학교 수는 155개교에서 170개교로 15곳이 신설됐다. 특수학교 재학 장애학생 비율은 29.1%(8만7456명 중 2만5467명) 수준이다. 나머지는 일반학교 등에서 공부하고 있다. 일반학교에서는 장애학생으로만 구성된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급 내 소수의 장애학생이 소속되는 통합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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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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