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금융현안 해결 가닥 잡을까 | ④ 한·중 통화스와프

10월 만기, 새정부 '사드외교' 주목

2017-05-16 10:56:07 게재

64조원 규모, 외환 방파제 … '글로벌 위안화' 지향하는 중국도 이익

10월 만기를 앞둔 한중통화스와프 연장 여부도 금융권 현안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배치를 강행, 한중통화스와프 연장은 무산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드외교' 향방에 따라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 만난 박병석 단장│일대일로 포럼의 정부 대표단 단장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지난 14일 환영 만찬에 앞서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 사드배치 후 냉랭해졌던 한중관계가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 박병석 의원실 제공


한국은행 관계자는 16일 "한일통화스와프 연장 협상이 위안부 문제로 중단됐던 것처럼 한중통화스와프도 정치외교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일방적인 사드배치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중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도 '외환 방파제'란 측면에서 한중통화스와프가 필요하지만, 위안화의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중국의 이익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면서 "양국간 정치적 갈등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사안"이라고 내다봤다.

통화스와프 총액 46% 차지 = 한중통화스와프의 규모는 560억달러다. 우리 돈으로 64조원, 중국 화폐로 따지면 3600억위안에 이른다. 우리나라 통화스와프 총액 1222억달러 가운데 46%를 차지할 정도다. 우리나라가 맺은 통화스와프 가운데 최대 규모다. 2014년 10월11일 3년 계약연장에 합의했으며 오는 10월10일 계약이 종료된다.

통화스와프는 협약 당사국 간에 일종의 '외환 보험'이다. 당사국 중 한 곳이 외환위기에 빠지면 계약금액만큼 자국통화를 계약된 나라의 통화로 바꿀 수 있는 안전장치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선 외환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더라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보험'이다. 더구나 미국이 향후 3년간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자본유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은 중국에도 득이 된다. 최근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있고, 트럼프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정책도 미덥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한중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외환 보험'을 연장하는 게 중국으로선 필요한 일인 셈이다. 중국은 또 통화스와프를 위안화 국제화를 진전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중 당국은 지난해 계약을 연장하기로 잠정 협의를 하면서 계약기간, 규모 등 세부적인 사안은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만기 연장이 불투명해졌다. 위안화 결제비중이 아직은 미미하다. 하지만 연장이 중단될 경우 경제 불확실성 확산, 투자심리 위축 등의 악영향이 예상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왔던 미국이나 일본과의 계약연장이 무산된 상태다.

새정부 출범에 한중관계 개선 조짐 =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드 보복 완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기재부와 한은 등에서는 긍정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튿날인 지난 11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중국 주석이 한국 대통령 당선자에 먼저 전화를 걸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 당선 뒤 한중관계 개선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 중인 박병석 한국 대표단 단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높이 평가하며 공통점이 많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번 포럼에 29개국 정상과 정부 수반이 참가했지만 시 주석이 따로 회담한 인물이 많지 않다. 국가 정상이 아닌 대표단 단장을 만난 것도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중국특사로 '거물급'인 이해찬 전 총리를 지명하고, 중국이 높이 평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5일 사설에서 "한국이 전직 총리인 중량급의 이해찬 의원을 특사로 보내는 것은 경색된 한중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걸림돌 사라질까 = 최근에는 중국의 3대 음원 사이트인 'QQ뮤직'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케이팝(한국 가요)' 항목이 부활하기도 했다. 이 차트는 한중간 사드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 사라졌다. 당시 여러 외국 음원 차트 중 유독 한국만 사라져 중국의 보복 조치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차트의 부활과 함께 중국의 '한한령'이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한령은 한국에서 제작한 영화, 드라마,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을 중국 내 TV, 인터넷 등에서 통용되지 못하게 한 조치를 말한다.

이에 따라 두 나라가 통화스와프에 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만큼 정치적 현안이 해결된다면 연장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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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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