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금융현안 해결 가닥 잡을까 | ③가계부채 연착륙

부채비율 150% 선에서 총량관리

2017-05-15 11:00:54 게재

"부동산으로 경기 띄우지 않겠다" … 이자상한 낮추고 악성채무 탕감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부채 대책은 '실질 소득을 높이고, 일부 악성채무를 탕감하는 방식'이 골자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출을 더 깐깐하게 심사하되 빚 갚기가 어려운 취약계층 부채는 일정 부분 탕감해주고 대부업 금리는 낮추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여신관리에 활용해, 부채비율을 가처분소득의 150% 선에 묶어두겠다는 계획이다.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바로 편성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과 '연평균 7%의 재정지출 증가'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부채비율 2012년부터 급증 = 특히 새정부는 부동산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만으로도 가계부채 관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정부 당시 '금리 인하·부동산규제 완화' 정책이 가계부채 급증을 자초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실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33.1%에서 지난해 9월 말 151.1%로 뛴 상태다. 가계소득은 그대로인데 빚이 빠르게 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캠프에서 경제 공약을 설계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5일 언론인터뷰에서 "'150% 총량관리제'는 대출을 옥죄어 가계부채의 절대액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소득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를 소득이 늘어나는 수준에 맞춰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2014년 6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하면서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시그널을 줬다"라고 지적하면서 "문재인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는 3년 전 기조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시그널을 총량관리제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7대 해법은 = 문재인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윤곽은 대선공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344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대 해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 △이자율 상한 20%로 인하 △22조6000억원 규모의 악성채무 탕감 등이 주요 골자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 총량 관리, 고금리 이자 부담 완화 등은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이다. 따라서 눈에 띄는 변화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서민금융 강화라는 방향은 공약 전반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우선 눈에 띄는 공약은 현재 대출 심사 기준으로 쓰이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DSR은 '갚아야 하는 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라는 점이 DTI와 같지만, '갚아야 하는 돈'을 계산하는 방식에서 DTI보다 대출자에게 더 까다롭다는 점이 차이다. DTI는 다른 대출의 이자 상환 추정액만 심사 기준에 넣는 반면, DSR은 다른 대출의 원금 상환액 등 대출자가 한 해 동안 실제로 얼마나 갚아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산정한다. 대출자 입장에선 받을 수 있는 대출 총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DSR을 어느 선으로 설정할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수치는 80%, 150%, 300% 등으로 차이가 크다.

지난달 은행 중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DSR를 도입해 적용 중인 KB국민은행은 DSR 상한을 비교적 느슨한 300%로 설정하고 추이를 분석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대출자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것이 금융위 입장"이라며 "새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세부 사안을 조정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빚 탕감, 모럴헤저드 유의해야 = 제2금융권 대출의 이자 상한(대부업 기준 27.9%)을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추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다만 이자 상한을 낮출 경우,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취약계층 부채 탕감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탕감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탕감받는 금액은 약 11조원(약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행복기금이 보유한 소액·장기연체 빚은 이미 상환능력이 없는 악성채무로 입증된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채무탕감정책이 자칫 시장에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소득만 받쳐준다면 적정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다"면서 "새정부 가계부채 대책 성공여부는 '부동산을 띄우는 대신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경기활력을 되찾겠다'는 J노믹스가 통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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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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