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금융현안 해결 가닥 잡을까 | ⑤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제한적 완화' 될지 주목

2017-05-17 00:00:01 게재

인터넷은행 진입장벽 낮춰 경쟁체제로 … 6월 임시국회 통과될까

올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로에 섰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은산분리 규정을 제한적으로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은산분리 원칙론'을 고수해왔다. 당 대표였던 지난해 말까지는 "금융이 재벌의 사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은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대선 공약집에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넷은행 인허가 과정을 개선해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다만 새정부 출범 이후 은산분리 완화를 놓고 기류변화도 감지된다. 신성장동력으로 분류되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제한적으로 은산분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르면 6월 임시국회, 늦어도 10월 정기국회에서는 관련 은행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주구성 복잡한 인터넷은행 =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사의 은행 주식 보유한도는 4%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만약 이 이상을 보유할 경우 반드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도 최대 10%를 넘길 수 없다. 4% 이상을 보유한다고 해도 의결권은 4%로 제한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은행에 포함돼 이 규정에 따라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이미 출범한 2개 인터넷은행은 IT기업이 주도하고서도 주주구성이 매우 복잡하다.

케이뱅크의 경우 KT가 전체 지분의 8%를 보유하고 있으며, GS리테일·NH투자증권·다날·한화생명보험이 각각 10%를 보유하고 있다. 또 KG이니시스는 자회사 KG모빌리언스와 함께 각각 4%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밖에 소액주주 13곳이 잔여 지분을 나눠 보유 하고 있는 구조다. 총 21곳의 주주가 참여했다.

카카오뱅크는 9개의 주주사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체 지분의 58%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카카오와 국민은행이 각각 10%의 지분을 보유한 상황이다. 이 밖에 넷마블·SGI서울보증·우정사업본부·이베이·텐센트(Skyblue)가 각각 4%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 2%는 예스24가 보유하고 있다.

◆추가 자본확충 어려워 = 인터넷은행업계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케이뱅크는 출범 후 한 달 만에 가입자 25만명을 돌파하는 성적을 거둬 기존 금융사들과 금리경쟁을 촉발시킬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증자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온 KT(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카카오)가 지분율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바젤I 규제를 받는 인터넷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 돼야 한다. 대출을 늘리면 BIS비율이 떨어지는데 이 때 증자가 필요하다. 케이뱅크의 경우 이미 자본금의 절반 이상을 초기투자와 경영관리비용으로 쓴 상태다. 인터넷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KT나 카카오가 추가로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되고 사실상 증자는 불가능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기정사실화로 자본 확충을 꾀했던 인터넷은행은 실상 차선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당 일부 '제한적 완화' 동의 = 국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이학영 정무위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의 반대로 매번 처리가 무산돼 왔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문 대통령이 임명할 신임 금융위원장의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17일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를 놓고 현재 여당 내에서도 1~2명 정도만 반대하고 있고 새 정부 입장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신임 금융위원장 성향에 따라 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정무위 소속 여당의원 가운데 민병두, 정재호 의원 등은 적극적으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민 의원은 지난 2월 페이스북을 통해 "핀테크 산업발전을 위해서라도 특별법 형태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을 산업자본의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은산분리"라며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대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기업대출이 비대면대출 채널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인터넷은행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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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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