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편성 요건에 해당될까

2017-06-05 10:33:52 게재

기재부 "대량실업에 준해"

야당 "국가재난 상황 아냐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추경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야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 인준 과정 등에서 벌어진 여야 감정의 골이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정부 임기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정치권의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안을 놓고 여야가 입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추경안이 법이 정한 추경편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또 공무원 증원이 향후 국가재정이 부담할 수 있느냐를 놓고 여야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추경편성 요건은 국가재정법이 규정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제,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경우 등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추경을 법으로 막아놓은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5일 추경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최근 경기 ·고용의 구조적 요인을 감안할 때 적극적 일자리 창출과 민생지원을 통한 가계소득 확대 및 소득분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추경편성의 법적 요건 가운데 '대량실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추경요건으로 두 번째 항목인 대량실업 발생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청년실업률이 일반 실업률의 3배 수준까지 올라와 앞으로 특단의 조치가 있는 않는 한 개선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실업률은 2012년 7.5%였으나 지난해에는 9.8%까지 높아졌다. 청년체감실업률은 올해 들어 23~24%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특히 총리인준 과정에서 여당의 손을 들어줬던 국민의당도 추경편성에 반대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가 오는 7일 추경을 국회에 제출하면 곧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본회의를 찾아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추경안은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의결하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지형상 야3당이 모두 반대하면 추경안을 처리할 수 없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의 내용과 주체 모두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국가재정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바른정당도 정부가 이번 '일자리 추경'이 법상 추경 편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6월 국회 처리에 '협조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경은 예외적이고 천재지변 등의 사태가 있을 때 하도록 돼있다. 이번 추경이 당장 서둘러야 할 만큼 불요불급한 것인지 그 시급성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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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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