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세제개편 쟁점│①재정위기 남의 일 아니다

부자증세만으론 공약이행 '역부족'

2017-07-27 10:55:55 게재

5년간 증세효과 11조에 그쳐 … 복지공약 이행 연간 35조 소요

내달 2일 정부가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소득주도성장, 적극적 재정지출'이 세금정책에는 어떻게 반영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 재정지출을 통해 일자리창출 계기를 마련하고, 소득상승→내수활성화→경기진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이다. 재원은 주로 '부자증세'를 통해 충당하고, 재정지출은 경제적 취약층을 겨냥함으로써 소득재분배와 양극화 해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론은 그럴듯하지만 과정은 험난하다. 재정지출을 늘리는 건 쉽지만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결국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저항이 만만찮다. 그래서 정부여당이 우선 내놓은 안이 증세대상을 '초고소득자, 초대형 법인'으로 국한시킨 것이다. 나머지 증세 문제는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부자증세로 얼마나 늘까 = 그렇다면 이번 세제개편안에 적용될 것이 유력한 부자증세로 세원이 얼마나 늘어날까. 윤곽은 지난 2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제기한 발언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추 대표는 △연 소득 2000억원 이상인 초대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상향 △연소득 5억원 이상 소득세를 40%에서 42%로 상향 등을 제기했다. 여기에 3억~5억원 사이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38%에서 40%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법인세율은 초대기업에 한해 이명박정부 이전 세율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소득세의 경우 연소득 3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서 세금을 2%p 가량 올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연간 약 3조원, 향후 5년간 16조원대의 증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비용 추계서를 보면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p 인상하면 소득세수가 2018∼2022년 총 4조8407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계됐다. 과표 2000억원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할 경우 10조8600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으로 5년간 총 15조70007억원이 더 걷히는 것이다. 소득세는 연평균 9681억원, 법인세는 연평균 2조1700억원씩 늘어난다. 정부 분석은 이보다 다소 크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자료를 기준으로 본 소득세수 효과를 연간 1조800억원, 법인세 2조7000억원으로 추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간 3조7800억원, 5년간 약 19조원에 이른다.

재정지출확대 감당할 수 있나 = 문재인정부는 적극적 재정지출을 표방하고 있다. 대선공약에서는 그동안 3~3.5%선에 머물던 재정지출 증가율을 매년 7%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25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다시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을 웃도는 선'으로 조정했다. 계산해보면 대체로 5%선이 된다. 2016년 현재 연간 재정지출 규모가 400조원임을 감안하면 매년 20조~30조원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분석해봐도 매년 20조~30조원 수준의 세원이 추가확보되어야 한다. 문재인정부 3개월간 확정된 공약성 정책 재원만 약 20조원에 이른다. 연간 3조원 규모의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보상을 비롯해 △노령층 지원 사업(5조20000억원) △공공일자리 확충(4조2400억원 △아동수당 도입 및 육아휴직 급여 인상(3조600억원) △누리과정 지원과 고교무상교육(3조1000억원) 등을 확정한 상태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약 전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35조6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재정지출이 본격화되지 않는 내년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예산당국 판단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에서 "올해 세수 전망이 242조원인데 추경에 포함되는 세수 8조8000억원을 합치면 251조원 가량이 된다"며 "올해 최대 15조원이 (전망 대비) 더 걷힐 것이다. 내년 세수 전망이 252조원인데 올해 이미 달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수 증가분과 실질세율 인상분 15조원에 부자증세 약 3조~4조원을 합하면 재정지출을 감당할 여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매년 재정지출 규모가 더 늘어나고 세수 자연증가분이 점차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3~4년 뒤에는 재정위기를 맞을 수 있다. 특히 세입개혁을 통한 재원조달 목표가 거의 2배로 늘어나는 2019년에는 증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의 세입개혁을 통한 연도별 재원조달계획에 따르면 2018년에는 8조원에서 이듬해 15조5000억원으로 급증한다. 최근 정부여당 일각에서 면세자 축소, 법인세 인상 등 증세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속사정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 세제개편 쟁점' 연재기사]
①재정위기 남의 일 아니다│ 부자증세만으론 공약이행 '역부족'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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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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