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세제개편 쟁점│② 면세자 810만명, 언제 손보나

조세부담률 OECD 평균보다 7%p 낮아

2017-07-31 10:45:05 게재

소득세 절반 면세 두고는 복지재정 못늘려 … "불황 벗어난 뒤 단계적으로" 반론도

정부가 '슈퍼리치 명예과세'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 내달 2일 발표될 세제개편안에서 초고소득자와 초거대기업에 대한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올리겠다는 취지다. 방식은 과세구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여당이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제안한 안에 따르면 연간 3억원 이상 버는 개인에게는 소득세율을 2%p 올리는 구간을 신설한다. 또 연 매출 2000억원이 넘는 기업에는 22%인 법인세율을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법인세의 경우 이명박정부 이전의 세율로 복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슈퍼리치 증세'만으로는 연간 약 3조원의 증세 효과만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매년 15조~20조원이 추가확보되어야 하는 문재인정부의 재정지출전략과 비교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인 셈이다.

여전히 낮은 조세부담률 =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을 OECD평균까지 끌어올리고 지나치게 많은 면세자율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은 19.4%(추정)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세 부담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민이 낸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는 국내 경제주체가 100만원을 벌게 되면 19만4000원을 세금으로 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조세 부담률은 해외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조세 부담률이 모두 확정된 2014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조세 부담률은 18.0%로 전체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낮았다. OECD 회원국 평균(25.1%)에 비해서도 7%p 이상 낮은 수준이다. 덴마크의 경우 조세 부담률이 무려 49.5%에 달했고 스웨덴(32.9%), 핀란드(31.2%), 노르웨이(28.8%) 등 북유럽 국가들이 대체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프랑스(28.5%), 영국(26.1%) 등도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한국보다 조세 부담률이 낮은 국가는 멕시코(12.0%), 슬로바키아(17.9%)뿐이었다.

일부 국가를 잠정치로 계산한 2015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한국의 조세부담률(18.5%)은 OECD 평균(25.1%)에 비해 6.6%p 낮다.

세율 올리되 면세자도 축소해야 = 결국 적극적 재정지출과 복지재정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셈이다. 증세는 소득세와 법인세, 소비세 등의 명목세율을 높이는 방식과 함께 면세자를 대거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납세대상자(1733만 명, 2015년 기준) 가운데 810만 명(46.8%)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연간 5000만~6000만원 소득자 중 면세자 비율은 2013년 0.5%에서 2015년 6.1%로 증가했다. 연 소득 1억원이 넘는 면세자도 1441명이나 됐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 첫해 연말정산 파동으로 인해 각종 비과세·공제 제도가 늘어난 부작용이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면세자 비율은 지나치게 많다. 소득세 면제 비중은 미국 35%, 호주 25%, 영국 6%다. '세금이 있는 곳에 (국민의) 권리가 있다'는 국민개세(皆稅)주의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복지지출에 따라 증세론이 국민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세제의 틀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세저항 고려' 신중론도 =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펴낸 '임금소득 과세 보고서'(김빛마로 부연구위원, 홍민옥 회계사)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 이 보고서는 OECD 35개 회원국의 세금부담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조세격차'(Tax Wedge) 지수를 사용했다. 조세격차란 인건비 중 근로소득과 관련한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표로 나타낸 것으로, 값이 클수록 세금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2016년 OECD 회원국의 독신가구·평균임금 근로자 기준 평균 조세격차는 36.0%였으며, 최대는 벨기에(54.0%)였고 최소는 칠레(7.0%)였다. 한국의 조세격차는 22.2%로 1년 전보다 0.18%p 상승했지만 30위로 세금부담 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였다. 한국의 인건비 중 소득세의 비중은 5.2%로 OECD 평균보다 8.2%p 낮았다. 칠레(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임금소득 과세현황을 고려할 때 저소득 구간에서의 누진성을 강화하고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수의 고소득층에만 적용하는 세율체계 개편만으로는 세수 증대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면세자 축소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성장률이 충분히 올라왔을 때 증세를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증세가 꺼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 원장은 "실업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데 지금 국민 개세주의를 언급하는 건 조세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며 "임금 자연상승분에 따라 면세자 비율이 순차적으로 줄어드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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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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