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잡이 앉힌 VIP(대통령) 의도가 뭐지"

2022-06-08 11:26:32 게재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에 금융권 초긴장

라임·옵티머스 겨냥? … 검사 출신 첫 원장

"미션(임무)이 뭐지"

8일 '여의도 저승사자' 중 한명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에 대한 기업과 법조계의 반응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칼잡이'를 금융감독 수장으로 앉힌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반응도 이와 유사하다. 금융권에선 "기업규제를 풀겠다며 친기업 행보를 해온 윤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장에 검사출신을 임명한 것은 충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은 이번 인사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남부지검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킨 것과 연결시켜 바짝 얼어붙은 분위기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건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 내정자는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초임 검사 시절을 보냈다. 이후 법무부 법무과, 서울중앙지검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을 지내며 특수통 검사의 길을 걸었다. 이른바 검찰 특수라인의 막내 격이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사법시험 합격 전인 1998년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검사 시절에 금융·조세범죄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내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속돼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등 수사에 차출된 바 있다.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김오수 전 검찰총장 등 친 문재인정부 검사들을 비판하고 사표를 냈었다.

이 내정자가 검찰 출신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금감원장에 발탁된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 범죄를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부활한 만큼 금감원과 공조를 통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을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인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편에선 "보수 진보를 불문하고 금융 마피아를 혁신할 계기"라는 호평도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초기 문 전 대통령이 김조원 전 민정수석을 금감원장에 앉히려하자 청와대 안팎의 '친문' 금융권에서 반발이 거셌다. "금융을 모르는 사람"이라며 세평을 나쁘게 확산시켰고 결국 문 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

금융권에선 회계학 박사학위에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김 전 수석에 대해 '이방인이 오면 질서가 무너진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시절 사모펀드 등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우려된다는 전망을 듣고 대규모 금융사고에 따른 서민피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비금융권 인사를 단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런 인사 의도가 왜곡되면서 무산됐고 이후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복현 내정자가 야당이 우려하는 과거 정권 수사용이 아니라 '마피아'가 된 금융시장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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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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