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컨트롤 타워 '이민청' 속도

2023-12-08 11:04:06 게재

"이민 정책 없인 인구재앙이 대한민국의 미래" … "근본 해결책 아냐, 장기적 문제 생길 수도"

출입국 업무와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8일 "이민청 신설방안과 관련해 국회 설명을 진행 중에 있다"며 "조만간 법안 개정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직접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이민청 설립방안을 직접 설명한 바 있다.

이민청은 출입국과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구다. 지금까지는 관련 업무들이 여러 부처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출입국 관리 업무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외국인근로자 지원업무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다문화가족 지원업무는 여성가족부가 각각 맡아왔다. 또 외국인 유학생 관리 업무는 교육부, 농촌 다문화 가정 지원과 계절근로자 관리는 농림축산식품부, 외국인 주거와 범죄·치안업무는 행정안전부가 각각 담당해왔다.

이민청이 설립되면 이처럼 분산된 업무가 통합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 위해 이민청은 각 부처 출입국·이민 관련 부서에 파견을 받는 '다부처 참여형' 조직으로 운영된다.

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당정협의를 최종 마무리하는 대로 의원 입법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민청 설립은 한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관심을 기울여왔던 과제다.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나가자"고 했던 한 장관은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 추진단'을 만들어 준비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민청 신설은 올초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5대 정책과제에도 포함됐다. 이처럼 이민청 설립에 적극적인 이유는 세계 최악의 출산율 등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민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장관은 의총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인구 재앙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이민 정책은 할 거냐, 말 거냐'를 고민할 단계를 지났고, 안하면 인구재앙으로 인한 국가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산업계에서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8~9월 300인 미만 주요 업종별(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기업 61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민청 설립에 찬성한다가 47.5%로 반대 17.6%보다 20%p 가량 많았다. 외국인력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1.4%에 달했다.

국민여론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12월 2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 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의 이민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가 50%, 동의하지 않는다가 46%로 조사됐다. 이민청 설립 필요성에 대해선 필요하다가 65%로 필요하지 않다 27% 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적극적인 이민정책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이민정책 분야 수석정책분석관인 조나단 샤로프는 지난달 CBS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이민자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감소하는 인구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며 "어느 정도 하락세를 둔화시키는 데엔 기여하겠지만 이민자들도 결국 한국에 정착하고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상당수 이주민은 이주국에 동화돼 기대와 달리 내국인보다 낮은 출산율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러 국가의 이민정책을 자문하기도 했던 그는 "OECD 회원국들의 많은 정책, 특히 단기 노동수요에 집중한 정책들이 나중에는 장기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섣부른 이민정책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한국은행 금요강좌에서 외국인 이민 확대 정책이 국내 노동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매년 일정한 수의 25~44세 외국 인력이 향후 200년 동안 내국 인구의 5% 규모로 유입되는 조건을 가정한 '외국인력 활용 정책 모의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외국인 비숙련 노동자를 들여올 경우 내국인 숙련자는 좋아지지만 내국인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타격이 심하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숙련 노동자를 임시 고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민을 받는 방법은 이보다 30~40% 정도 열등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사람의 구성이 바뀌는 문제라 매우 복잡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상당한 경제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여러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며 외국인 이민자가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외국인 노동자 확대보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 인력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김 교수가 제시한 대안이다.

우병렬 이민정책연구원장은 "인구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민 정책 외에 대안이 없고, 여러 부처에 분산된 이민 관련 업무를 종합해 조율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민청 신설이 바람직하다"며 "여러 가지 우려되는 부작용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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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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