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명 탑승 여객선 세월호 침몰

갈팡질팡 우왕좌왕 … 정부 대응 '빵점'

2014-04-17 11:34:49 게재

안이한 초동 대응이 비극 키워 … 선박 완전 침몰된 뒤에야 구조장비 2배 늘려

9명의 사망자와 287명의 실종자를 낸(17일 오전 11시 현재)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선장과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2시간여 만에 선박이 완전침몰된 급박한 상황임에도 초기 인명구조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구조작업 17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해경과 해군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16일 사고 조짐은 조난신고 접수 48여분 전인 오전 8시 10분 해양경찰에 의해 먼저 포착됐다. 이 시각 제주해경은 "학생들이 승선한 여객선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안산 단원고에 수소문을 했다.

당시 세월호에는 325명의 단원고 학생 및 인솔교사들이 타고 있었다. 수학여행단장인 단원고 교감이 학교에 보고를 시작한 것은 해경 포착 40분 후인 8시 50분. 선사가 밝힌 사고시각(8시 45분)보다 5분 늦었다. 교감은 8시 55분 "갑자기 배가 기운다"며 학교에 전화를 했다. 침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전혀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교육청은 사고발생 약 1시간 후인 9시 40분에야 부랴부랴 대책반을 꾸리고는 이날 오전 11시 단원고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으니 안심하라"는 '오보' 문자를 보내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

조난신고를 접수한 해양경찰은 출동 중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해경은 당시 선박의 좌초상태가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승무원들이 무전에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승객안전을 책임졌어야 할 선장 및 승무원들이 먼저 자리를 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장은 여객이 다 내리기 전에 배를 떠나서는 안된다.

해경의 출동이 늦었다는 원성도 나온다. 일부 구조자들은 "배가 기울기 시작한 한참 후에야 해경 경비정이 왔다"며 "해경이 늑장 출동했다"고 주장했다. 한 구조자는 "어선들은 이미 구조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고 해경은 나중에 왔다" 말하기도 했다. 생존자 박용운씨는 "해경이 늑장을 부려 1시간 만에 오니까 이미 배는 절반 이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며 얼굴을 감쌌다.

이날 정부는 대대적으로 구조선박 및 헬기를 사고현장으로 출동시켰지만 절반 이상은 배가 침몰한 후에야 도착했다. 승선인원 및 구조인원 집계도 하루종일 오락가락했다. 사고발생 초기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상황보고에 따르면 사고 후인 오전 10시 해군·소방·해경 등에서 헬기 16대 선박 24대가 출동했다. 이후 선박이 완전히 침몰하고 '참사'의 가능성이 제기되자 중대본은 12시 30분에 헬기 28대와 선박 55척, 오후 2시에 헬기 31대와 선박 60척을 출동시켰다고 발표했다. 초기 투입된 구조장비의 2배 가까이가 완전침몰 후에 투입된 셈이다.

정부는 승선인원 및 구조인원 집계 과정에서도 착오를 반복했다. 오후 2시 당시 중대본은 구조자가 368명이라고 발표했으나 3시 무렵 164명으로 줄여 발표해 승객 가족들의 원망을 샀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며 독려했지만 무색해졌다.

- 특별취재팀 -
팀장 문진헌
이재걸 이기춘 곽재우(기획팀)
홍범택 방국진 곽태영 김신일(행정팀)
정연근(산업팀) 홍장기(외교통일팀)
김상범(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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