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 열풍│③ 급성장하는 미국 시장

인간 개입한 '하이브리드 상품' 주도

2017-05-11 10:47:53 게재

전문인력 상담·일임자산 운용에 관여

뱅가드 등 대형사 진입

10년 전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최근 하이브리드형 상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형 상품은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에 전문 자문인력이 고객 상담 및 일임자산 운용에 일정부분 관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의 뱅가드나 찰스 슈왑과 같은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은 하이브리드 상품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입한 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상품 시장 점유율 확대 =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관리 자산 규모 1, 2위는 뱅가드와 찰스슈왑이 차지했다. 이들 회사가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규모는 각각 520억달러와 123억달러로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보다 7배에서 1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대형금융투자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주도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가는 이유는 투자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2011년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컨설팅업체 AT커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은 300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2조2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투자자산 중 로보어드바이저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2016년 0.9%에서 2020년 5.6%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기존 금융기업보다 전문 스타트업 기업 등 벤처회사 중심으로 성장했다. 2013년까지는 베터먼트(Betterment)나 웰스프론트(Wealthfront) 등 기술력을 보유한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2015년 뱅가드와 찰스슈왑 등 기존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이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과거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던 베터먼트, 웰스프론트 등은 후발 주자들에게 밀리며 3, 4위로 떨어졌다.

뱅가드와 찰스슈왑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특징을 살펴보면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과 전문 자문인력이 결합된 서비스라는 점이다.

뱅가드가 2015년 5월 들고나온 상품 '뱅가드 퍼스널 어드바이저 서비스'는 기본적인 자산배분을 알고리즘에서 자동으로 실행하지만, 자문인력이 고객의 투자 목표와 재무상황 등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미세 조정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해준다. 고객은 홈페이지와 모바일앱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운용상황을 점검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자문인력과 전화나 이메일, 화상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다. 투자금액이 50만 달러 이상인 고객에게는 전담 자문인력까지 배정해 준다. 이때 보수율은 0.3%로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해 3월 찰스슈왑은 '슈왑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최소 가입 금액을 5000달러로 대폭 낮추고 별도의 보수는 없고 증권매매 수수료만 선취했다.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운용 과정에서 자문인력의 개입은 없지만, 고객은 홈페이지나 전화, 이메일, 화상채팅으로 기본적인 상담을 할 수 있다.

찰스슈왑은 지난해 말엔 자문인력의 관리 서비스가 포함된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슈왑 인텔리전트 어드바이저리'를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2만5000달러, 보수율은 0.28% 수준이다.

휴먼서비스에 대한 고객 선호 증가 = 금투협은 뱅가드나 찰스슈왑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선전한 이유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넓은 고객층, 매력적인 보수율을 꼽았다. 이와 함께 휴먼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선호가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이비부머 세대 등 관리자산 규모가 큰 고객일수록 자문인력이 개입된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해 초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산배분에 대해 불안해하는 고객들을 콜센터와 온라인 채팅, 블로그 등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해 안심시켰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자문업자나 상담사와 직접 대화하기를 원할 때가 있는데 시장이 불안할 때 이러한 대화를 할 수 없다면 일부 고객들은 나중에 후회할 수 있는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맞춤형 상담을 제공해 불안을 달래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최근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는 자문인력이 개입된 서비스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순수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추가하고 기존 어드바이저 업체와 제휴 등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베터먼트는 올해 1월 두 종류의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에게 '자문인력서비스 + 알고리즘 기술'이 결합된 하이브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투협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자문인력 서비스 선호 증가 및 순수 로보어드바이저업체들의 신규고객 확보를 위한 비용부담 증가 등으로 향후 하이브리드 서비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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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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