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에 아시아증시 휘청 … 한국만 무덤덤?

2016-01-07 12:00:55 게재

코스피 0.2%↓닛케이·항셍 1%↓

중국 7일째 위안화절하 악재겹쳐

'하루짜리' 이슈 '연중' 불확실성

한국 증시보다 일본 홍콩 대만 증시가 더 민감(?)했다. 6일 '북한 수소탄 핵실험' 발표 뒤 증시 반응 얘기다. 실제 이날 아시아 증시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0.26% 하락했다. 장 중 한 때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하락폭을 만회하며 빠르게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북 핵실험 소식에도 투심은 무덤덤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반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0.99%나 하락했다. 닛케이는 이날 북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며 한 때 300포인트, 1.5%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지수 진폭을 비교했을 때 코스피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 셈이다. 대만 가권지수와 호주 S&P/ASX 200 지수도 1% 넘게 급락했다. 홍콩 항셍지수(-0.98%) 싱가폴 싱가포르지수(-1.06%) 역시 비슷하게 주가가 빠졌다. 북 핵 실험에 아시아증시가 모두 크게 출렁거렸다.

다만, 중국 상하이 증시는 나홀로 2.25% 급등세를 연출했다. 북 핵실험 소식에도 아랑곳 않고 시종일관 강세장을 연출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증시부양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날의 7%가까운 폭락세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기도 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 증시 대부분은 6일 하루 북 핵실험 악재에 곤욕을 치른 셈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된 한국 증시 움직임이 지나치게 담담하게 비춰질 정도였다. 7일째 중국 위안화 절하라는 악재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일본에 비해 한국증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차분했다.

무감각, 주가 빠지면 저점 매수 기회? = 개장 초반 약보합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6일 오전 북한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감지됐다는 소식에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자 장중 1911.61까지 밀리는 등 1910선을 위협받았다.

하지만 조선중앙TV가 이날 낮 12시30분(평양시간 낮 12시) 특별 중대보도를 통해 수소탄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한 이후엔 되레 1920선으로 올라서는 등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과거 사례를 봐도 북한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2011년 12월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일 코스피가 3.43% 하락하고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2.41%), 2015년 8월20일 서부전선 기습 포격(-2.01%) 당시 2%대의 하락률을 보이긴 했지만 나머지 대북 이슈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

특히 2009년 5월25일 2차 핵실험과 2013년 2월12일 3차 핵실험 때는 코스피 낙폭이 각각 -0.20%, -0.26%에 그쳤다. 2005년 2월10일 핵보유 선언을 했을 때에도 코스피는 0.21% 하락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도 일주일 뒤에는 대부분 북한 리스크 발생 이전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증권업계 시황 담당자들은 이날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북 리스크가 생기고 나서 초기 충격이 있다고 해도 3∼4일 내에 대부분 회복이 됐다"면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루 이틀된 이슈도 아닌 만큼 이는 오히려 저점 매수의 호기"라고 입을 모았다.

원달러 환율은 민감 반응 = 북 핵 실험이 당장 증시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몰라도 악재인 것만은 틀림없다. 더욱이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부진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돌출된 변수여서 투자심리를 압박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증시엔 악재가 차곡 차곡 쌓여가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외환시장 분위기는 심상찮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97원으로 전일보다 7.6원 상승했다. 전일 대비 0.7% 상승으로 최근 북 핵실험에 대한 가장 민감한 반응이었다.

박정우 한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과거와 달리 다소 의외성을 보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여기에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현상도 강해져 당분간 원화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로 확산되면 원달러 환율은 123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 핵실험 이슈 자체가 악재는 아니지만 최근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우려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데다 오는 8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될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급락 사태 등 주식 시장을 둘러싼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악재가 잇따르면서 투자 심리 회복에는 상당히 나쁜 영향을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중국·미국 리스크 우려가 지속되고 삼성전자 실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코스피가 1900선을 밑돌 가능성마저 제기하고고 있을 정도다. 신흥국 경기 우려가 지속되면 다음 달 1850까지 내려앉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북 핵실험 발표 첫 날, 우리 증시는 겉으로는 무덤덤했지만 속으론 공포감을 점점 키워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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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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