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헌법

'검찰 영장청구 독점' 삭제 논의, 망명권도 보장키로

2017-08-17 11:12:23 게재

전문에 5·18, 6월 항쟁, 촛불 삽입 논란

생명권 안전권 보건권 소비자권 신설

공무원 의무규정에 헌법준수의무 포함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5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함께 헌법 전반을 검토했다. 헌법 전문과 관련해서는 국가 정통성을 보여주는 헌정사와 복지 분권 등 시대적 가치를 담는 방안을 놓고 논의했다. 1장 총강과 2장 국민의 의무와 권리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춘 기본권 강화를 중심에 놓고 의견을 공유했다.

'촛불정신' 논란 =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전문에 부마항쟁을 비롯해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정신까지 담고자 했다. 개헌특위에서는 헌법의 역사성을 확인하고 헌법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는 새로운 헌정사적 사실을 추가할 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촛불정신 등 역사적 판단이 끝나지 않는 사안에 대해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불필요한 국론분열을 방지하기 위해서 현행 전문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헌법의 역사성을 확인하고 헌법의 지향점을 강조하기 위해 헌법이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헌정사적 사실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더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존중이나 복지국가, 분권형 국가 등 미래지향적인 내용도 추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개진됐다. 그러나 '미래지향'에 대한 시대적 가치가 워낙 광범위해 특위 위원들마다 의견이 분분, 실제 개정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양성평등은 예스, 성평등은 노"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국회 개헌특위에서 현행헌법에 명시된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려는 것은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개헌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어떤 차별금지? = 헌법 총칙으로 들어가 '평등권의 차별금지 사유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구체적인 차별금지조항이 논의테이블에 올랐다. 유럽연합에서는 성별, 인종, 피부색, 종족, 사회적 신분, 유전적 특징, 언어, 소수민족에의 소속 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종, 언어 장애 등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검사에게만 주어졌던 영장청구권을 다른 곳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검사의 영장 신청 규정을 헌법에서 삭제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 외에 헌법에서 영장신청권까지 인정하면 검찰에 형사사법에 관한 권한이 집중된다는 얘기다. 반면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현행 헌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무원 근로3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단체행동권만 제한할지, 군인 경찰공무원 등에 대해서만 근로 3권을 제한할지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공무원 의무규정에는 헌법준수의무를 삽입해 상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동일가치노동의 동일임금'이라는 표현을 '동일가치노동의 공정한 임금'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다. 또 정당공천의 민주성 원칙을 명시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됐다.

기본권 확대엔 이견 없지만 = 제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와 관련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다양한 기본권들이 논의대상에 올랐다. 생명권 안전권 망명권 보건권(건강권) 정보접근권 소비자권 문화생활향유권 등을 신설하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됐다.

망명권과 관련해서는 "인권보장의 세계화 추세를 고려해 망명권 조항을 신설하되 국내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범위로 제한한다"는 게 개헌특위의 대체적인 합의점이다. '망명권은 관련 국제조약을 존중해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심의 자유와 함께 사상의 자유를 명시하는 방향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국방의 의무와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명시하는 방안은 남북분단 상황의 특수성과 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언론, 출판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로 바꾸고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경우 전형적인 권리구제 수단인 정정보도청구권을 명시하는 방안도 특별한 이견없이 의견일치를 봤다. 청원권 행사방식을 '문서'로 제한한 것을 차단키로 했고 청원에 대한 국가의 통지의무도 새롭게 명시키로 했다.

국민의견 수렴 준비 = 개헌특위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국민수렴을 위한 자료를 만드는데 마지막 조율작업에 들어갔다.

29일부터 부산에서부터 시작하는 11번의 전국순회 국민대토론회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개헌특위는 대토론회 기간중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계획이다. '국민발언대'를 국회 안팎에 설치하는 방안도 추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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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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