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헌법

지방자치단체에 '연방제 수준 입법·과세권' 보장 논의

2017-08-22 00:00:01 게재

부익부빈익빈 등 부작용 우려 적지 않아

문 대통령 "강력한 지방분권 만들겠다"

30년 만의 개헌 논의의 핵심은 '분권'이다. 분권은 수평적 분권과 수직적 분권으로 나뉜다. 지방분권은 수직적 분권에 해당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자체의 입법권 확대와 지방세조례주의 도입이다.

조례 제정권 확대 =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 때 지방의 고유업무에 대해 국가법률과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행 헌법 117조에서는 지자체는 '법령의 범위 안'이라는 테두리를 쳐두고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게 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는 '법령의 범위 안'이라는 제약조건을 완화해 자치입법권한을 확대할 것인지를 논의 중이다.

국회 자문위의 의견은 시점에 따라 갈렸다. 2009년에는 자치입법권 행사범위를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2014년에는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올해는 "중앙정부의 배타적 입법권을 규정하고 나머지 사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경합적 입법권을 인정해 지방의 고유사무에 대해서는 국가법률과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개헌특위에서는 "지역실정에 적합한 조례를 만들어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현행 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점을 부각해 "지자체 입법권을 확대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원칙에 부합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주민복지 등과 관련한 조례를 법률과 다르게 규정하는 경우에 나타날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준에 따른 형평성 문제,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행정으로 인한 지방재정의 악화 가능성,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를 조례로 규정함에 따른 죄형법정주의와의 배치 등이 논란으로 부상했다.

개헌특위 관계자는 "지방분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중앙집권의 역사, 지리적 협소함, 문화적 동질성 등을 비춰볼 때 지방분권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방분권이라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금도 지자체에서 부과? = 지방자치단체에 세금 부과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지방분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지자체에 입법권과 함께 재정권을 대폭 늘려줘야 한다는 제안이다.

지자체에 조례로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려면 법률의 근거없이 세금을 걷을 수 없도록 규정한 조세법률주의의 예외로 지방세를 인정해줘야 한다. 지방세조례주의를 도입해야 하는 셈이다.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측은 "지방세 납부의무자가 주민이므로 주민대표에 의해 지방세와 관련한 조례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지역실정에 맞는 세원발굴로 지방재정을 확충해 주민복지 향상이나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지자체의 자주재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지방분권의 이념에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구가 많고 부동산 가격이 높아 세원이 풍부한 대도시와 농촌지역간 재정격차가 더욱 심화돼 지역간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무분별한 지방세 과세로 주빈의 지방세 부담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애정' =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지난 6월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지난번 대선 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확인하면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강력한 지방분권) 그 방안 중 하나로 자치분권 국무회의라고 불리는 제2국무회의 신설을 약속드렸다"면서 "내년도 개헌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 강화하는 조항들과 함께 제2국무회의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 마련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소한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안만이라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다.

지난 5월 19일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그는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하면 제일 좋은 건데 그게 잘되지 않으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 당시까지 국민적 합의를 본 부분까지만이라도 내년 지방선거 때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기본권 강화, 지방 분권에는 크게 이의 없이 합의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것을 먼저 잘 만들어서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중앙권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개헌에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방분권 개헌, 국민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 부분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소한도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그리고 국민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인터뷰│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국회, 신뢰 얻어야 개헌 성공 가능"

[새 시대 새 헌법 연재기사]
[국민·국회·대통령 "내년 6월에 개헌"2017-08-01
['개헌' 국민공론화 시도 … 효과는 미지수2017-08-03
권한 커지는 국회, 국민 신뢰는 바닥 2017-08-08
'검찰 영장청구 독점' 삭제 논의, 망명권도 보장키로 2017-08-17
지방자치단체에 '연방제 수준 입법·과세권' 보장 논의 2017-08-22
상시 국회·상시 청문회, 예산법률주의 도입 '공감대' 2017-08-24
대통령 권한 줄일까, 국회에 국정운영권 넘길까 2017-08-29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