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공전·북핵실험, '김동연 경제팀' 시험대

2017-09-04 00:00:01 게재

제1야당 '보이콧'에 예산안·법안 처리 암운 … 코리아리스크, 모처럼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

문재인정부 첫 경제팀인 '김동연호'가 시험대에 올랐다. 1일 시작된 정기국회는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이란 돌발변수를 만났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뒷받침할 각종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쟁점법안 처리에 더 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여기에 북한이 수소폭탄급 6차 핵실험을 강행, 코리아리스크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모처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정부는 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관계기관 합동점검반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하지만 북핵문제 자체가 우리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사후 상황대책' 수준을 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는 모처럼 맞은 경기회복 모멘텀을 살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국내외 2대 악재가 한꺼번에 터졌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관련해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불안 등 이상징후 발생시 비상 계획에 따라 신속하고 단호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 취하겠다"고 밝혔다. 거시경제금융회의는 통상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해왔지만 이날은 북핵실험이란 상황을 고려해 부총리 주재로 격상했다.

김 부총리는 "최근 북한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고 있고 근본적 해결이 쉽지않다"며 "금융 외환시장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실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와 한은을 포함한 관계기관은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당분간 매일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 회의를 열고 대내외 금융 시장과 수출, 원자재, 외국인 투자동향 등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투자가 외신 신용평가사에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등 신인도 유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관계기관 수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전날에도 김 부총리는 기재부 간부들에게 한국은행이나 기재부, 금융위등이 유기적인 체제를 구축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소통채널을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북한 리스크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강도와 횟수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만큼 긴장감도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호'의 발목을 잡는 것은 북핵문제만이 아니다. 북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같은 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폐기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준비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미FTA 개정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엄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하지만 폐기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예산안과 법안처리를 앞둔 국회는 제1야당의 '보이콧' 선언으로 어수선하다. 자유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놓고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참여 거부)을 선언하면서 김이수 헌법재판관 인준안과 처리되지 못한 결산안 등 현안들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증세안을 담은 세법개정안과 예산안 등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 줄 각종 법안 처리도 요원해졌다.

주말을 기점으로 대내외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높은 가계부채 부담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부동산 규제에 따른 시장 침체 등은 한국 경제에 여전한 부담이다. 청년실업 등 고용시장도 어렵고, 내수 역시 조금씩 회복되는 있지만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내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 부총리가 이날 "(오후에) 러시아 출장을 가지만 시장동향에 대해 정기적으로는 하루에 두 번, 필요할 경우 수시로 실시간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다급한 사정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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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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