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 가짜뉴스가 키운다

2020-02-04 11:24:24 게재

WHO "괴담과 사실 분간 어려워" … 세계 팩트체커들 협업도 계속

"머릿속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이 들어올 틈이 없다."

지난해 세계적 선풍을 일으킨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 한 대목이다.

일명 '우한 폐렴'으로 불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을 지켜보는 세계 각국의 반응이 딱 그렇다. 사실이 아닌 허위정보와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각종 괴담까지 횡행하고 있다.

우한 훠선산 병원의 10일간 공사 진척 상황 | 중국 당국이 우한의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착공, 불과 열흘만인 이달 2일에 완공한 훠선산 병원의 날짜별 공사 진척 상황. 우한 신화=연합뉴스


단순한 우려와 불안을 넘어서 공포와 혐오가 맞물린 광기로 치닫는 분위기다. 오죽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2일(제네바 현지시간) "신종코로나 유행과 대응 국면에 대규모 '정보감염증(infodemic)'이 동반됐는데, 일부는 정확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이 신종코로나 관련 정보(information)가 지나치게 많이 확산(epidemic)되는 정보감염증 (infodemic)상태인데 이로 인해 대중이 "괴담과 사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WHO는 근거 없는 예방법이나 치료제 등 공중보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괴담을 파악해 바로잡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면서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가령 '불꽃놀이나 폭죽에서 나오는 연기와 가스가 신종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 뒤 "불꽃놀이는 화상을 일으키거나 눈·목·폐를 자극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를 파괴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산 물품이나 우편물을 통한 감염 우려와 관련 "기존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서한이나 소포 등 물체 표면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참기름이나 표백제가 신종코로나 감염을 막는다'는 소문도 근거가 없으며, 되레 피부 손상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국제팩트체커연대조직인 IFCN은 신종 코로나 관련 허위정보와 괴담을 검증한 내용을 해시태그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팩트풀니스 저자 역시 "세계는 실제보다 더 무서워 보이고, 위험성은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 위험과 그것에 노출되는 정도를 합쳐 결정한다"면서 "사실충실성은 지금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세계 각국의 언론과 팩트체커들도 코로나 괴담이나 허위정보,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팩트체커들의 연대모임인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가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10일 동안 30여개국 78명의 팩트체커가 180여개의 괴담과 허위정보를 검증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검증 내용은 지난 1월 28일과 30일 각각 IFCN 웹사이트와 소셜미디 계정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IFCN은 2월 3일 세 번째 리포트를 통해 공황과 두려움이 인간의 이성을 제한하고 '신종 코로나' 날조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자를 위해 48시간 만에 새로운 병원을 지었다는 주장이 터키,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스페인 등 4개국 이상에서 널리 퍼졌는데 팩트체커들 검증결과 이 영상의 병원은 이미 2년 전에 건축을 시작했으며, 중국이 10일 만에 새롭게 신축한 병원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판명했다.

또 코로나를 예언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드라마 '심슨 가족'과 영화 '베놈'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내렸다. 빌 게이츠 재단이 이미 3개월 전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최대 65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는 주장 역시 미국의 팩트체커인 팩트체크닷 오르그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 내려졌다.

뿐만 아니라 IFCN은 "박쥐와 신종 코로나 관련성에 대해 과학자들은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허위정보와 날조가 여전하다"면서 특히 박쥐 스프를 먹고 있는 영상은 우한이 아니라 3년전 남태평양 팔라우에서 중국 유명 블로거가 시식하는 장면인데 이것이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팩트체커들이 이미 조작된 가짜이미지라고 판명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사항 목록 즉 '야생동물 등 살아있는 동물과 접촉을 피하라'는 대목이 '야생동물이나 농장의 살아있는 동물과는 성관계를 갖지 말라'는 식으로 왜곡되고 있는 것도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FCN은 그동안 검증한 주요 내용을 소셜미디어 계정 등에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누구나 검증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시태그(#Corona VirusFacts, #DatosCorona Virus)를 공유하는 작업도 함께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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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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