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장둔화 우려 확대 … 폭격 맞은 금융시장

2022-03-08 11:40:13 게재

국제유가 한때 130달러 돌파

뉴욕증시, 17개월만에 큰낙폭

KDI "불확실성 확대" 경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글로벌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란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8일 국제유가와 금값은 나란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세계 금융시장은 급락을 거듭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 가능성이 위험자산 투매와 안전자산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글로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고등을 켰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97.42p(2.37%) 떨어진 32,817.38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지난달 4일 전고점에서 10% 이상 급락했다. 나스닥은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하락 폭이 20%를 넘겼다. S&P500 지수의 하루 낙폭도 지난 2020년 10월 이후 가장 컸다.

전쟁이 13일째 접어든 가운데 좀처럼 긴장 완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금지 제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국제유가는 전날 밤 배럴당 130달러 벽까지 뚫으며 폭등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배럴당 3.2%(3.72달러) 오른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쟁과 제재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넘겼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추가 제재로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르면 글로벌 경제회복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기관들은 우려했다. CNBC가 14개 기관의 미 경제 전망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 올해 성장률 전망은 평균 3.2%로 2월 평균치에서 0.3%p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 대니얼 예긴 부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원유와 관련해 공급, 물류, 결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1970년대 (오일쇼크) 급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차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는 말이다. 국책연구원인 KDI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도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와 고물가 지속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에너지 가격이 10% 오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0.17%p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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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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