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시대 국민축산, 2030이 연다│⑧ '청년 축산' 정책 시급

"한우 100마리 키우는데 11억원 들어"

2015-12-30 10:41:34 게재

축산시작할 때 가장 큰 장벽은 '초기 시설투자 ' … 농협중앙회, '자금·시설·교육' 3박자 지원 추진

농협중앙회는 내년부터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대책'으로 자금·시설·교육 3가지 대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한국농촌경제원에 의뢰해 만든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따른 축산기반 강화대책'에서 제안된 내용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축산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 농업대학 축산 관련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축산 분야 진입장벽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8%가 '높은 초기 시설투자 비용'을 꼽았다. '축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9.9%)이나 '축산업의 미래 불투명'(19.7%) 등을 압도했다.

강원도 영월군에서 한우 240마리를 키우는 고경환(35. 가운데)더한우농장 대표는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은 후계농업인다. 그는 "소 240마리를 사서 시작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마리당 600만원 가량) 축협소를 위탁받아 키우고 있다"며 "땅도 물려받아서 토지비용은 들지 않았고 축사시설비 4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영월 = 정연근 기자


건국대학교에서 축산 관련 전공 대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이는 뒷받침됐다. 지난해 11월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정승헌 교수 연구실에서 이 학교 축산 관련 전공 대학생 233명을 대상으로 '축산 후계인력에 대한 학생 의식조사' 결과 농촌에 들어가 축산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창업정책자금 지원'에 대한 요구가 37%로 가장 높았다.

후계자 지원펀드 = 농협중앙회 축산경영부는 한우 100마리를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려면 초기 창업비용으로 11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농장부지 2억6500만원, 축사 1억8000만원, 소 구입(입식)비 3억3500만원 등이다. 부지는 평당 30만원, 축사신축비는 3.3㎡당 50만원을 기준으로 했다. 비용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양돈의 경우 사육규모 1000마리를 기준으로 할 때 14억3000만원이 필요하다. 축사에 필요한 비용은 토지 구입비 7260만원, 축사 건축비 5억2940만원를 합쳐 6억200만원으로 조사됐다.

농경연 보고서는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축산펀드로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가 농업인 정책 지원방식을 보조금이나 융자 방식에서 펀드 방식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부터 '농식품 모태펀드'를 도입해 정부 정책금융자금과 민간자금을 합쳐 농식품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펀드 방식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0~2011년 구제역 이후 경남 하동에서는 지역 기업체(남부발전 하동 화력본부)가 지역 협력활동 차원에서 '지역 한우팔아주기' 행사를 했는데, 이 사업이 소를 사서 키우는 '하동 한우뱅크' 사업으로 발전했다. '하동 한우뱅크'는 지역 기업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축협과 개별 계약을 맺고, 축협은 한우를 공동 구매해서 키운 후 팔고 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1차 한우뱅크는 2011~2013년 2년간 78명이 참여했다. 투자금 3억6600만원으로 한우 213마리를 키워 1억2000만원(투자자 5100만원, 축협 5100만원)의 수익을 냈다. 투자자들은 마리당 24만원의 수익을 내 년 7.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차 한우뱅크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 내년 7월까지 진행 중인데 100명이 5억원을 투자해 230마리를 키우고 있다.

보고서는 펀드 방식을 신규 농업인의 창업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강한 펀드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책임자인 허 덕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펀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수익이 있어야 운영할 수 있는데 목표가 생존 자체인 신규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투자는 적절하지 않다"며 "후계농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라면 수익보다는 생산자와 투자자 간의 신뢰·협동·연대 등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농업분야 신규 인력 육성을 위한 투자조합을 운영하기 위해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NH캐피탈'이 농식품 모태펀드를 활용해 지역축협 및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투자조합을 제안했다.

지역축협이 지자체에 부족한 금융전문성을 지원하고 축산농가나 법인의 생산·가공·유통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펀드자금은 농식품 모태펀드와 지자체, 축협, NH캐피털이 공동으로 조성한다. 중소기업청의 '청년창업펀드'와 유사한 형태다.

이에 대해 NH캐피탈 관계자는 "지역축협이 투자대상 농가나 법인의 자금흐름과 회계투명성을 지도·관리하면서 완충역할을 해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은행 = 폐업한 축산농가의 축사를 지역축협에서 매입해 시설을 개선한 후 새롭게 축산을 하려는 젊은 농업인이나 후계 농가에게 임대·분양하는 '축사은행' 사업도 눈에 띈다. 직접 임대나 매매를 하겠다는 농가들을 알선하는 사업도 포함한다. 지역축협이 축사를 매입 또는 임대한 후 시설을 개선할 때는 농식품부의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고서는 축사은행 사업을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도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폐업하는 농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규모화를 위한 농장 집적이 어렵다면 지자체가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축산단지 사업을 지역축협이 추진하는 소규모 친환경축산단지사업으로 전환하면 된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축사를 지역축협이 구입해 친환경 축사로 개조한 후 친환경축산단지를 조성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산지생태축산농장 시범 사업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역축협은 축사를 매입·공급하는 일만 담당하고 알선, 축사개조, 자금지원 등 사업은 시·군에 위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 경우 시·군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새롭게 축산을 시작하는 이들은 축사은행 사업에 큰 기대를 보였다. 농경연이 농업대학, 농업고등학교 등의 교수·교사에 의뢰해 축산경영자, 귀농자, 귀농 의사를 가진 사람 등 4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 대부분은 축사은행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을 포함한 농업대학교, 농업고등학교 등 농업 관련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82~84%가 축사은행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축사은행 사업을 통해 초기 자본부담을 줄이고 교육과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대했다.

농협중앙회는 축사은행 사업을 통해 신규 축산후계농의 축산업 기반을 제공하고, 축사시설을 개선해 생산성 향상과 기후변화 등에 적극 대응해 축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계자 교육시스템 = 농협중앙회는 국내 축산업을 이어가기 위해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51개 축산 브랜드마다 100명씩, 모두 5100명의 '축산 후계인력'을 육성하기로 했다. 51개 브랜드는 한우 40개, 낙농 5개, 양돈 5개, 산란계 1개 등이다.

농협은 매년 브랜드별로 1명의 후계인력을 지정해 농어촌희망재단 및 각종 농업재단의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브랜드별 선도농가를 멘토로 연결, 중점 육성하기로 했다.

축산 후계인력은 브랜드별로 지역에서 책임지고 육성할 수 있도록 지역축협, 지역 축산농가와 법인, 농업계 학교, 시민단체가 지역 축산을 살리기 위한 협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역단위로 축산 인력 육성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협치기구의 지속·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인력 양성은 학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게 기본이다. 농협은 축산 관련 농업계 학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안정적으로 농업인력을 확보하기로 하고, 영농기반이 있는 농가 출신의 농업계 학생은 '농고 → 농대 → 승계 → 전문농업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영농기반이 없는 비농가 출신 농업계 학생들은 '농고 → 농대 → 농업법인 취업 → 창업 → 전문농업인' 또는 '농고 → 농대 → 전문가 양성과정 → 전문 교수요원/컨설턴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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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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