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시대 국민축산, 2030이 연다 | ⑦ 2015년 축산계, '찾아오는 축산운동' 시동

"후계농이 '안티 축산' 극복 앞장"

2015-12-29 11:05:23 게재

농협중앙회·축산단체협의회·축산계열기업 등 참여 … 발암물질 소동도 대응

올해 축산업계는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운동'에 시동을 걸었다. 2000년 55만호에 이르던 축산농가가 지난해 10만9000호로 줄고, 축산농가 구성원 중 65세 이상 비율이 44.3%에 이르는 상황에서 젊은 축산인이 들어올 길을 마련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5월 전국 140개(현 139개) 지역축협조합장 및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업 구현'을 위한 비전을 선포한 이후 후계농 육성을 위한 세미나 등이 전체 축산업계로 확산됐다.

젊은 후계농들을 위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고 성장산업으로서 전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가공육과 적색육을 발암물질에 포함했지만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청 인근 전통시장에는 소시지 등 육가공품을 사기 위한 인파가 가득해 독일인의 소비가 여전함을 증명했다. WHO도 "섭취를 줄이면 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 = 정연근 기자


농협중앙회는 11월 한달간 축산전문 언론과 '후계축산인 권역별 심포지엄'을 열고 후계축산인의 정착을 도울 정책과 비전도 공유했다.

중앙회는 또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해외 축산물과 국내외 시장에게 경쟁하게 된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용역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맡기고, 내년부터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후계농 역할 부각시킨 권역별 심포지엄 = 지난달 10일 영남권을 시작으로 11일 충청권, 13일 강원 및 수도권, 20일 호남 및 제주권을 대상으로 열린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을 위한 권역별 심포지엄은 매회 열릴 때마다 200~300명의 후계농들이 참석해 열기가 높았다.

특히 심포지엄에서 최윤재(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정승헌(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축산업에서 후계농의 역할과 후계농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정책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최 교수는 후계농들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어내고 미래가 유망한 '건강 관련 생물자원산업'이라는 전망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육류 유해성 논란이 전 세계로 확산돼 '육식은 나쁘고 채식이 건강 식단'이라는 식의 '축산물 유해론'이 퍼져 있는 것을 학술활동과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극복할 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낙농단체가 학술활동을 후원하며 낙농산업과 유제품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 교수는 또 한국의 집약적 축산이 환경보전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국내 토양분석을 통해 가축분뇨를 자원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등 축산선진국들은 생태계 능력에 적합한 적정 규모의 가축사육규모를 산출하고 가축사육농가가 보유해야 하는 토지 규모를 정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축산업 문제를 볼 때 남북한 전체를 조망하면 해법이 더 잘 보인다"며 "잘 발효된 퇴비를 북한에 공급해 북한의 황폐한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고, 분뇨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하는 식으로 남북을 아우르는 친환경 농축산업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 교수는 부모의 축산업 기반을 물려받는 후계농과 달리 맨 몸으로 새롭게 진입하는 신규축산인력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 농·축협, 생산자단체, 축산기업, 학계를 중심으로 축산후계인력위원회 구성 △축산신규인력 실질적 정착 자금 지원(최대 5억, 무이자, 10년거치 10년 분할상환) 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축산업 인력구성은 붕괴기에 해당하며, 기존 가치나 질서가 새롭게 변화되는 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생계형 농가를 경쟁력이 없다고 도태시켜 버리면 축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화시대 갈 길 모색 = 지속 가능한 한돈(국내산 돼지)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 후계인력 육성, 세대 간 갈등 해소 등 인적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2세 한돈인'(부모에게 농장을 물려받은 축산인)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한돈협회가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함께 8월 마련한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 한돈산업' 세미나에는 전국의 2세 한돈인 20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농협중앙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도 지원한 이날 행사에는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도 참석해 후계농 육성에 대한 정부위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강사로 참여한 김홍국 ㈜하림 회장은 "하림그룹은 한돈 종자를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공급하는 '종축독립국가'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국내 한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실제 국내산 돼지고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사육하는 돼지를 '한돈'이라고 하지만 종자부터 사료, 사육방식 등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어 엉터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는 또 국내에서 처음으로 냄새가 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무악취', '무오염', '무방류' 농장(봉동농장)도 소개하며 국내 축산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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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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