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시대 국민축산, 2030이 연다│ ⑩ 가축분뇨로 에너지·비료 생산

"우리 마을 축산분뇨자원화시설 늘려달라"

2016-01-25 09:59:35 게재

아산 신창면 주민들, '님비시설' 확대 요청

냄새 없애고 수익사업 성공 … 조용한 변화

대표적인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현상의 일종)시설 중 하나였던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을 지역에 더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사례가 확대되면 축산분뇨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충남 아산에서 가축분뇨에너지화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립코의 김성용(서있는 사람) 전무가 중앙제어실에서 분뇨를 이용해 전기와 열, 비료를 만들고 있는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아산 = 정연근 기자


충남 아산시 신창면 수장리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이곳에 있는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을 더 늘려달라고 아산시에 요청했다. 아산시도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연말 농림축산식품부에 자원화시설 확대를 정식 요청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요청하고, 지지체가 이를 받아 중앙정부에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 축산분뇨자원화사업을 하는 립코(회장 박용한)는 2013년 2월 19일 아산에 축산분뇨를 에너지와 친환경비료로 만드는 사업을 수장리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주민들은 내 마을에 악취가 나고 마을발전에 도움도 안되는 혐오시설을 만든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업설명서를 주민들에게 돌리고 일주일 뒤 다시 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들은 역시 참여하지 않았다.

변화는 아산시에서 시작됐다. 같은 해 4월, 아산시 축산과에서 립코가 설립·운영하고 있는 전북 정읍의 가축분뇨에너지화시설을 방문·점검한 데 이어 5월엔 시의원들도 정읍시설을 돌아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가축분뇨에너지화 사업'으로 건설한 정읍 가축분뇨에너지화 시설은 2012년 유엔에서 청정개발체제(CDM)로 승인받았다.

청정개발체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시설 등을 말하는데, 국내 농업부문에서 인증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소, 돼지 등 가축의 배설물을 전기로 바꿔 한국전력에 팔고, 이 과정에서 줄어든 이산화탄소(CO2) 양만큼 탄소배출권을 받을 수 있게 인증받은 시설이다.

시와 시의회의 생각이 바뀌면서 주민들도 변화가 생겼다. 같은 해 6월 아산시가 주최한 주민설명회에는 주민 30여명이 참석했고, 7월엔 마을의 전임 부녀회장이 정읍시설을 견학했다.

시설에서 폐수를 방류하지 않고, 악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주민들이 확인하면서 부정적 인식도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8월엔 최재영 이장을 포함한 주민 30여명도 정읍시설을 방문했다.

박용한 립코 회장은 "아산시 관계자와 마을 주민들이 자원화시설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정읍의 가축분뇨에너지화시설을 견학하고, 주민들과 계속 협의하면서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활동했다"고 회상했다.

주민 참여한 합작법인도 설립 = 주민들이 가축분뇨를 전기, 열, 비료 등으로는 만들면서 악취를 없애고 환경친화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 변화가 생겼다. 수장리 주민들은 단순히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만드는 시설을 건립할 수 있도록 동의하는 차원을 넘어 사업자와 함께 회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립코도 아산시에서 자원화사업을 하기 위해 농업회사법인 바이오에너지팜아산을 만들었다.

수장리 마을주민들과 바이오에너지팜아산, 립코는 2014년 5월 합작법인 '신창'을 설립했다. 법인 이름은 수장리가 있는 신창면에서 따왔다. 합작법인 신창은 작물을 재배하는 경종농업과 가축을 기르는 축산업이 순환하는 농업생태계를 만들어 친환경농업으로 자립농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하기로 했다. 이른바 '경축순환에너지자립농업'을 사업목적에 명시하면서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연순환농업'을 마을단위에서 앞장서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자연순환농업에서 핵심은 가축분뇨를 농업자원으로 재생·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자 '축(畜)'은 검을 '현(玄)' 아래 밭 '전(田)'자로 이뤄져 가축분뇨를 밭에 사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합작법인 신창은 지난해 12월 아산시에 '친환경 경축순환에너지농업단지'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고, 아산시는 이를 받아 농식품부에 국비사업을 신청했다.

마을 주민 박금영(58)씨는 24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처음엔 혐오시설이라고 반대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여기서 만든 액비(액체비료)를 뿌리고 있다"며 "지난해말 지금보다 두 배 이상 규모의 시설을 늘려달라고 아산시에 청원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마을 토박이로 농사를 지었고, 지금은 액비살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복기왕 아산시장도 "가축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금지한 이후 분뇨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아산시에 설립한 시스템은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분뇨를 처리하면서 만든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고, 열은 비닐하우스 등 시설농사에 사용하고, 비료를 만들어 화학비료를 대체하면 일석삼조, 일석사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아산시에서 가축분뇨를 처리하기 위해서 하루 500톤 규모의 시설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완공 첫 해 흑자, 올해 흑자 확대 예상 = 바이오에너지팜아산이 아산시 신창면 일원에 설립한 가축분뇨에너지화시설은 농식품부의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으로 만들었다. 하루 200톤의 가축분뇨(150톤), 음폐수(50톤)를 처리할 수 있다. 전기는 년간 760만kW, 액비는 6만6000톤 생산하는 규모다. 잉여열도 100억kcal생산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비 42억원, 지방비 42억원, 융자 28억원, 사업자부담 28억원 등 140억원을 투입했다. 운영비는 국비나 지방비 보조를 받지 않고 자체 수익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이곳에선 가축분뇨와 남은음식물(음폐수) 등 유기성 자원을 이용해 바이오가스(메탄)를 포집하고,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한 전기는 한전에 판매한다.

플랜트 운영을 담당하는 김성용 립코 전무는 "전력판매가격은 1kw당 95~100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은 현재 사무실 난방과 인근 비닐하우스농사 등에 사용하고 있다.

김남기 립코 기술연구소장은 "혐기성 발효 공정을 거쳐 전기와 열을 생산한 이후 남은 분뇨를 이용해 액비와 퇴비도 만들어 사용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에너지팜아산은 지난해 전기판매로 1억9840만원, 축산분뇨 수거 및 처리용역으로 2억2620만원 등 10억440만원의 매출을 올려 약 1억11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기판매 실적은 지난해 4월 28일부터 기록이다.

올해는 전기판매로 7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 매출액이 24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이익도 5억7000만원대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금은 액비와 퇴비를 판매하지 않고 있지만 좋은 품질의 비료를 만들면 또 다른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열, 비료 등과 연계한 다양한 농업, 관광상품 등을 개발해 마을 수익원을 올리는 사업을 주민들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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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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