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시대 국민축산, 2030이 연다│⑪ 김태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 인터뷰

"젊은 축산인 신규창업 적극 지원"

2016-01-27 10:49:25 게재

축산업에서 56만명 일자리 창출 … 현대차 9배, 삼성전자 6배

지난 12일 국내 축산인들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했다. 김태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이사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이후 바로 진행된 축산선거에서 투표인단 20명 중 16명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투표인단은 전국 139개 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중 대표로 구성했다.

축산선진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고, 축산분뇨에서 나오는 악취와 가축전염병으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상황에서 김 대표가 축산업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일신문은 25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 축산경제대표이사 집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축산현안에 대한 그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다.

■지난 12일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이사로 선출된 후 구제역 방역현장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할 일은

지금도 농가와 방역당국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밤잠을 잊고 방역활동에 애쓰고 있다. 빨리 이번 구제역을 끝낼 수 있도록 농협도 적극 역할하겠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도 정부 농가 농협 세 축이 협업해야 한다. 농협은 농가가 방역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예방백신을 공급해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거나, 주사할 때 잘못해 효과가 떨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실무적 교육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축산의무교육에 포함시켜서 했는데 농협의 모든 교육프로그램에 방역을 포함하도록 이야기했다.

미국의 곡물업체 카길이 평택에 사료공장을 운영하는데, 방역 관련 대응책이 단계별로 표준화돼 있다고 들었다. 전염병이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을 때와 다른 도에서 발생했을 때 차량기사들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내용도 매뉴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농협도 이런 것을 점검하고 있다. 농협은 현재 전국 205개 시·군·구에 450개 공동방제단을 운영하고 있다.

■축산업이 돈은 많이 벌지만 많은 축산농가들이 후계농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2013년 기준인데,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평균 소득은 6814만원이다. 그 중 축산학과 졸업생의 평균 소득이 9071만원으로 가장 높다. 기업체들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연봉 3048만원보다 세 배 많은 수준이다. 이런데도 축산업이 악취를 유발하는 환경오염산업으로 인식되고, 초기 투자자본도 많이 들어 젊은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농협축산경제는 축산업 생산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운동'을 지난해 시작했다. 올해 이를 본격 추진하고자 한다.

■축산업 전망이 있나

통계가 말하고 있다. 축산업은 전망있는 산업이고, 성장산업이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농업생산액이 44조9000억원인데 축산물생산액은 41.8%인 1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해마다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은 육류 45.1kg, 우유 72.4kg, 달걀 254개다. 역시 해마다 늘어난다. 소득이 높을수록 축산물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확인된 경험이다.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농경연은 축산업 생산유발액이 연간 60조2000억원으로 56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후방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현대자동차가 5만6000명, 삼성전자가 9만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각각 9배, 6배다. 엄청난 산업 아닌가.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을 위해 특히 강조하는 부문은

젊고 유능한 축산인력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지난해 덴마크의 농업기술교육기관인 달름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장실습 중심의 축산인 교육프로그램을 공동개발·운영하기로 했는데, 선진국 교육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하겠다. 축산업은 창업 초기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폐업하거나 고령으로 축산을 하기 어려운 농가의 축사를 구입해 신규 축산농가에 분양·임대하는 축사은행사업도 체계적으로 하겠다.

지난해 세운 계획을 발전시켜 2020년까지 신규 후계농 5100농가를 육성해 우리나라 축산업 생산기반을 튼튼히 다지겠다.

■교육부문에 관심이 많은데

그렇다. 축산농가가 기업체 대졸사원보다 돈을 많이 벌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돈도 있어야 하지만 전문기술도 필요하다. 축산은 대표적인 생명산업이다. 농촌 등 지역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잘 하면 관광산업이 될 수도 있다.

다음달 23일부터는 모든 축산농가가 허가제가 된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축산이 되려면 그런 의식과 기술을 가진 젊은 축산이 필요하다. 여러 기관에서 축산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데 기관들의 협업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등 축산업 선진국 교육기관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안성에 있는 교육원을 축산교육의 메카로 만들 방안도 같이 생각하고 있다.

■올해 축산경제부문 투자계획은

지난해 축산물공판장, 육가공, 사료, 종자(종축), 교육, 정보기술(IT) 부문 등에 2103억원을 투자했다. 당초 계획은 3232억이었지만 집행률은 65.1% 수준이다. 올해는 2651억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사업계획을 잘 점검해 투자집행률과 효율을 높이도록 하겠다. 축산에서 비중이 큰 한우와 한돈을 중심으로 가금(닭·오리), 낙농(젖소), 반려동물, 특수가축 쪽에도 관심을 둘 계획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협동조합이 취약한 가금이나 낙농에도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구체적인 인수·합병 대상이 있나

검토해 봐야 한다. 원칙은 흑자를 내고 그 기반 위에서 하겠다. 조합들이 자금운용할 곳을 찾고 있는데, 중앙회 사업에 지분참여할 길을 터줄 생각이다. 사료나 목우촌 등에 조합이 일정한 지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임 대표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취임 후 많은 곳에 인사하러 다녔는데, 외부에서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우리가 스스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축산경제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느꼈다. 농협축산경제나 축산업은 올해가 대전환기다. 내년엔 중앙회 사업이 경제지주로 모두 넘어가고, 선진 축산강국과의 FTA도 본격 가동된다. 좋은 일을 생각하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마음 먹으면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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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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