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시대 국민축산, 2030이 연다│⑥네덜란드·덴마크 농업인 교육

"농업교육 안 받으면 은행대출 못 받아"

2015-12-28 11:18:04 게재

농업생산·경영 복잡 … 교육 중요성 더 커져

덴마크에서는 농업교육을 받지 않으면 농업을 할 수 없다. 2009년까지는 법으로 정해 녹색자격증을 따도록 했지만 2010년 이후엔 법으로 의무화한 것은 폐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농업교육을 강제하고 있다. 덴마크는 현장과 연결한 교육으로 축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대학인 달름대학은 양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장경영 상황을 기록하고 공개하는 투명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달름대학의 양돈강좌 모습. 오덴세(덴마크) = 정연근 기자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대학인 달름대학의 에릭 부학장은 지난달 17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달름대학을 방문한 한국의 농협중앙회 관계자 등에게 "농업을 시작하려면 약 300만달러(약 35억원)가 필요한데 농업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농업교육을 받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업교육을 받지 않아도 땅을 살 수 있지만 농장을 운영하려면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며 "교육을 받지 않으면 농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축산을 할 때도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룬트비 전통 이어받은 덴마크 = 덴마크의 농업교육은 고유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9세기에 미국과 러시아에 철도가 연장되고 해상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신대륙과 러시아에서 곡물수출이 증가, 유럽 국가들의 국내가격이 폭락하자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농업보호정책을 편다. 하지만 덴마크 농민들은 곡물수입세를 부과하는 안을 거부하고 값싼 사료곡물을 수입해 축산을 발전시키는 길을 택했다.

곡물생산 감소와 낙농산업 증가는 농업생산 영역을 치즈, 버터 등 우유가공산업까지 확대했다. 소농들은 초기엔 원유(유가공품의 원료가 되는 소젖)를 이웃 대농들에게 팔았지만 차츰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가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1900년에는 협동조합이 800개까지 늘어나고, 협동조합이 주도하는 도축장과 농자재 구매조합 등도 탄생한다.

이 때 활동한 협동조합 지도자들은 그룬트비와 달가스가 주도한 국민정신운동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다.

그룬트비와 달가스는 덴마크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해(1864년) 곡창지대를 잃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으로 도산위기에 직면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정신운동을 전개했다. 그룬트비는 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해 공동생활을 하면서 농업후계자를 양성하고, 황무지를 개간해 낙농업을 육성했다. 달가스도 유틀란드 반도의 황무지를 개간하고 나무를 심어 국토녹화운동을 전개했다.

지난달 17일 기자가 농협중앙회,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함께 방문한 달름농업대학은 이런 농업교육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886년 창립한 달름대학은 덴마크 9개 농업대학 중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이다.

달름대학은 두 곳의 캠퍼스로 나눠 기초과정과 본과정을 운영하는데 오덴세에서 진행하는 본과정은 3년 반 정도 걸리는 기초과정을 이수한 후 입학할 수 있다. 기초과정은 우리나라의 농업고등학교와 비슷하다.

기초과정을 이수해야 농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여기에 기술과정 20주, 농장실습 52주 등을 마쳐야 농장을 운영할 수 있다. 본과정은 1년 반 정도 걸린다. 은행대출은 5년 과정을 마쳐야 받을 수 있다.

1년간 진행하는 농장실습의 경우 대학에서 엄선한 농장에서 진행하는데, 농장주의 교육능력도 고려한다. 실습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학교에서 농장을 수시로 체크해 제대로 교육이 되는지 확인한다. 덴마크의 농업대학은 달름대학과 비슷한 교육체계를 갖고 있다. 한 해 농업대학을 졸업하는 덴마크 학생은 1000~1200명이며 달름대학에서 250명을 배출한다.

에릭 부학장은 "농업규모가 커지고 더 복잡해지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농업은 날로 집약화되고 있고 경영의 중요성도 커지는데다 지속가능성이나 식품안전 등에 대한 공적 관심도 확대되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름대학에서 양돈을 가르치는 마틴 교수는 "양돈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명성도 중요하다"며 "국가공인수의사가 각 농장을 방문해 조사한 내용을 모두 인터넷으로 공개한다"고 말했다. 투명성은 덴마크 교육에서 강조하는 기본 요소 중 하나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달름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장실습 중심의 축산인 교육프로그램을 공동개발·운영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농업교육도 세계화 = 17세기 해상무역을 제패하며 주식회사제도 등을 처음 만든 네덜란드는 농업교육도 세계화했다.

세계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농생명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는 세계 100개국 이상 나라에서 1만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곳은 학사과정 재학생(4500명)보다 석·박사 과정(각각 4700명, 1900명)이 더 많다. 특히 해외 유학생은 박사과정에 60%, 석사과정에 40%가 재학하고 있다.

비농업계도 와게닝겐대학의 농업기술을 배우러 온다. 한국의 LG전자도 공조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다녀갔다.

네덜란드의 농업기술과 경영을 배우겠다며 세계 각국에서 유학생이 몰려와 와게닝겐대학은 한 해 7억달러(약 8197억원)의 교육수입을 올린다.

와게닝겐대학은 와게닝겐농업대학(1876년 설립)과 농업시험연구소(DLO. 1877년 설립) 등이 1990년 통합해 탄생했다. '대학-정부-산업'의 3각 축으로 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9개 연구기관이 대학에 속해 있다.

와게닝겐대학교 마틴 명예교수는 "농민들이 연구소에 돈을 줄 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구해야 준다며 우수한 연구를 강제한다"며 "이곳에서 교수가 되려면 세계적으로 명성이 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틴 교수는 또 "세계 농업과 축산업은 정밀농업으로 가는 추세"라며 "위성으로 토양상태를 관찰하고 각종 통계자료를 농업에 활용하고 있어 규모를 키우는 것(최대화)보다 효율을 높이는 것(최적화)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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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덴세(덴마크) 와게닝겐(네덜란드)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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